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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
콜린 스튜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왕립연구소에서 개최되는 크리스마스 강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행사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 덕분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은 1825년 마이클 패러데이부터 시작된 강연 중에서 시간과 공간을 주제로 다룬 강연 13편만을 엮은 책입니다.
시공간을 여행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일반인들에게 천문학을 소개해 줍니다. 그래서 각 강연은 원래의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지 않고, 흥미로운 주제들에 초점을 맞춰 독자들에게 전달해줍니다. 실제 강연들은 몇 시간 분량의 긴 강연으로, 크리스마스 무렵에 시작해 새해가 될 때까지 며칠에 걸쳐 진행된다고 합니다.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강연이 유명할 수밖에 없는 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1935년부터 1942년까지를 제외하면 1825년부터 거의 매년 개최되었다고 하니, 거의 200년 가까운 전통이라는 점에서 매우 놀랍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우주의 신비는 어디까지 밝혀졌을까요.
이 책을 통해 과거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를 연구했던 천문학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태양과 별, 위성, 행성에 과한 우리의 지식은 절대불변의 지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탐구해가는 지식이라는 것. 그런 면에서 프랭크 클로스의 '우주 양파'라는 개념이 흥미롭습니다. '우주 양파'에서 첫 번째 층은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지만, 우주의 진정한 본질은 그보다 훨씬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맨 위층 아래에는 원자가 있고, 그 원자 안에는 원자핵이 있으며, 원자핵 안에는 쿼크(창조의 원초적 씨앗)가 있는데, 쿼크는 빅뱅 직후에 생겨났습니다. 쿼크는 우주가 아주 뜨거울 때, 시간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에 생겨나서, 우주가 식어가자 원자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보는 물질 내부에 갇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고고학자처럼 잃어버린 쿼크를 찾아나선 탐험대 같다는 것. 이보다 더 흥미로운 모험이 또 있을까요. 이번 생에서 찾지 못한다 해도 결코 실망하지 않는 건 다음 세대로 이어질테니까.
참,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눈에 띄는 건 어린이들의 참여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매년 영국 전역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최신과학 강연을 듣기 위해 왕립연구소로 몰려든는 것이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들어 왔던 강연이라서 자녀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책 중간에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의 증언'을 수록한 것도 이 강연이 지닌 의미를 더욱 뜻깊게 합니다.
이 책이 독자에게 알려주는 과학적 지식은 앞으로 인류가 알게될 지식에 비하면 한 걸음을 내딘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주의 신비를 풀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인류의 미래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세 편의 강연이 제게는 매우 특별한 시공간 여행이 된 것 같습니다. 왕립연구소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고 하니 과학 팬이라면 올해 크리스마스 강연은 직접 시청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