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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즈 ㅣ 상상도서관 (푸른책들) 5
정소영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17년 12월
평점 :
겨우 열두 살 아이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도대체 왜?
부모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겠지요. 하지만 가장 아팠던 건 그 아이였을 겁니다.
얼마나 힘들었길래 아이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을까요?
<나의 로즈>는 정소영 작가님의 첫 동화집입니다.
하나의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여러 편의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어깨 위의 그 녀석>, <슈퍼맘 능력고사>, <나의 로즈>, <아빠 구두>, <초특급 사은품>
분명 각각 다른 이야기인데 읽고난 후의 마음이 똑같습니다. 마치 그 뉴스를 봤을 때의 심정 같은...
이야기 속의 부모들은 하나 같이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합니다. "모두 다 널 위해서 그런거야."라고 말하면서.
정말 그럴까요? 그런데 아이들은 부모의 잔소리가 지긋지긋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끝나지 않을 잔소리가 싫어서 그런 엄마가 밉기까지 합니다.
특히 <나의 로즈>에서 주인공 하은이는 엄마의 극성 때문에 국제중학교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원서를 주면서 하은이 실력으론 합격을 장담하긴 힘들거라고 말합니다. 그건 하은이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마치 하은이가 이미 국제중학교를 간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닙니다. 매일 잔소리하면서 종종 큰 소리치며 화를 내는 엄마 앞에서 하은이는 말없이 참기만 합니다. 하은이에겐 가장 친한 친구 로즈가 있습니다. 로즈는 사촌오빠 건우가 준 거미입니다. 분홍빛의 거미, 로즈헤어종은 다른 종에 비해 특별히 더 예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몸에 있는 털을 다 털어버리고 거식증에 걸린다며 건우오빠는 하은이에게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쭉 하은이는 로즈를 방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처음 한 달간은 먹이를 잘 먹었는데, 로즈가 먹이를 잘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국제중학교 입시 문제로 엄마의 잔소리가 심해졌을 무렵입니다. 점점 살이 빠지고 예쁜 분홍빛 몸통은 거뭇해져서 털까지 듬성듬성 빠져버린 로즈.
사실 하은이도 스트레스로 인한 위경련 때문에 많이 아팠는데, 그 와중에도 로즈를 챙겼습니다. 병원에 다녀온 하은이는 방으로 들어가 로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로즈가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본 엄마가 핀셋으로 로즈를 들어올리더니 죽었다면서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던졌습니다. 하은이는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냈습니다. 엄마는 "뭐야, 너 겨우 이깟 거미 때문에 우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하은이의 마음이 요동치면서 묶어 두었던 목소리가 튀어 올라왔습니다. "아아악!"
지금까지 엄마가 하은이를 향해 질렀던 것보다 더 크게, 더 세게 소리 질렀습니다. 당황한 엄마가 다가왔지만 하은이는 밀쳐냈습니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 때문이라고! 더 이상 안 참을 거야, 안 참아!" (74p)
하은이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 로즈는 죽었습니다. 친구의 죽음 앞에 우는 딸에게 엄마는 '이깟 거미'라고 했습니다. 하은이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의 마음도 몰라주면서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소중하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들입니다. 부디 로즈처럼 되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성적이 아니라 마음을 신경써주세요."
이건 제 자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나의 로즈>는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이 읽어야 할 동화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