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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잠수함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1월
평점 :
비틀즈의 노란 잠수함.
♩ 내가 태어났던 마을에는 바다를 항해하는 아저씨가 살고 있었어요 ~
그는 우리에게 인생 얘길 해주었는데, 그게 잠수함 나라 얘기였어요 ~
그래서, 우린 태양을 향해 출발하기로 했어요. 초록빛 바다를 찾을 때까지 말이죠 ~
그리고, 우린 저 출렁이는 물결 아래에 있는 우리의 노란 잠수함 안에서 살고 있었어요 ~ ♪
이재량의 소설 <노란 잠수함>은 비틀즈가 출연한 애니메이션<Yellow Submarine> 덕분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소설가란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날 때마다, 공모전에 떨어져 열병을 앓으며 끙끙댈 때마다 그 영화를 보았다고, 그리고 웃었다고.
가장 눈물겨운 순간에 웃었던 그 때, 그러니까 삶의 가장 빛나는 한 방, 빛나는 한 순간은 삶의 가장 어둡고 불안한 순간과 겹쳐 있는 것이 아니냐고.
아픔을 겪어 본 사람들은 압니다.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나 싶어도, 겪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노란 잠수함>의 주인공들이 그렇습니다. 봉고차에 포르노를 싣고 다니며 파는 스물아홉 살 청년 이현태, 치매에 걸린 만화방 주인 나해영과 그의 동거인이자 하반신 마비인 김난조, 그리고 만화방 알바생이자 철물점 딸 모모. '노란 잠수함'이라는 이름의 만화방이 이들 네 사람을 연결지어주는 공간입니다. 현태는 이 년 넘게 만화방을 드나든 단골 손님일 뿐인데, 어느날 만화방 주인의 부름을 받습니다. 왜? 현태의 봉고차로 자신들을 부산까지 데려다 달라는 제안을 합니다. 직감적으로 이들과 엮이면 안 된다고 여긴 현태는 거절합니다. 그러자 태도를 바꿔 현태의 불법판매를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이들. 아니나다를까, 며칠 뒤 현태의 봉고차로 손님을 위장한 박 형사가 들이닥칩니다.
화가 잔뜩 난 현태는 만화방으로 달려가지만 어이없게 설득되어, 두 노인을 태우고 부산을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봉고차 속에는 가출 소녀 모모가 몰래 숨어 있었던 것.
졸지에 두 노인과 소녀를 태우고 떠나게 된 부산행.
우스개소리지만 영화 <부산행> 못지 않은 현태의 부산행이 펼쳐집니다. 파란만장 블록버스터급 이야기.
결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 <부산행>이 그랬듯이, 눈앞에 달려드는 좀비를 해결하는 게 더 시급하니까 다른 건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나해영과 김난조, 두 사람이 겪었던 베트남전쟁이 준 상처, 현태의 불행한 가정사,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모모까지 각자 사연은 달라도 아픈 건 똑같습니다. 서로 아픔을 대신해줄 수는 없지만 며칠 간의 동행은 그들에게 '함께'라는 힘을 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비틀즈처럼 노란 잠수함을 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과연 페퍼랜드로 무사히 갈 수 있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