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구별 스쿨 라이프 - 공부 스트레스에 친구를 잃어버린 대한민국 초등생을 위한 감성 판타지
이송현 지음, 이송은 그림 / 찰리북 / 2017년 11월
평점 :
<지구별 스쿨 라이프>가 어린이 동화책이 아니라 어른들이 보는 소설이었다면?
장르는 분명 공포물이었을 거예요.
"내가 네 친구로 보이니?"
공부 밖에 모르는 모범생 윤기오가 하루아침에 달라졌어요. 밥 먹을 때마다 밥알을 세던 윤기오가 몇 달 굶은 애처럼 허겁지겁 먹지를 않나, 오이 알레르기 때문에 기절까지 했던 애가 오이무침을 아삭아삭 신나게 먹질 않나, 무엇보다도 수학 박사였던 기오가 나에게 수학 쪽지 시험에서 답을 보여 달라고 하는 거예요. 거의 협박을 하듯이 말이죠.
나는 정유찬. 항상 반에서 1등 하던 윤기오만 없으면 우리 반 일등은 나인데... 그러니까 왜 기오가 나한테 이러는 거냐구요.
"윤기오의 모습을 한 너는 누구냐?"
황당하게도 기오 몸속에 정체불명의 외계인이 들어가 버렸어요. 여기서부터는 SF물로 바뀌네요.
외계인은 재미난 학교 생활을 하고 싶어서 지구별에 왔다는군요. 얘길 들어보니 외계인이 사는 별에서는 엄마와 아기일 때만 같이 지내고 그 후에는 개미굴처럼 수천 개의 방으로 된 학교도시에서 살아야 한대요. 학교도시에서는 재능에 따라 방을 배정받고, 그곳에서 나오려면 우수한 성적으로 시험을 통과해야 된대요. 은하계를 공부할 때 지구별 학교 생활이 엄청 재미있어 보여서 이렇게 찾아 온 거래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갖가지 놀이들... 팽이치기, 씨름, 연날리기, 축구랑 피구, 야구 등등
그런데 왜 하필이면 공부 밖에 모르는, 그것도 친구 하나 없는 기오의 몸속에 들어온 걸까요?
무엇보다도 지구별 스쿨 라이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거예요.
학교 수업이 끝나도 운동장이나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어요. 왜냐하면 학원을 가야 하거든요.
기오의 스케줄을 보니 "4시 피아노 학원, 5시 영어학원, 6시 수학학원, 7시 태권도"이래요. "으웩! 윤기오, 그동안 어떻게 이 많은 학원을 다닌 거냐, 사이보그냐?"
유찬이는 처음엔 외계인 기오 때문에 깜짝 놀랐지만 놀고 싶어하는 외계인 기오와 함께 진짜로 팽이치기, 인라인스케이트, 씨름을 하면서 놀았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유찬이도 해 질 때까지 맘껏 놀아 본 때가 언제였는지 모르겠어요. 신나게 외계인 기오와 놀다 보니 어느새 주위가 어두워졌어요.
유찬이는 외계인 기오에게 기오를 돌려달라고 부탁해요.
"갑자기 왜? 넌 기오랑 별로 친하지도 않았잖아?"
"기오도 너처럼 친구랑 신나게 놀고 싶을 것 같아서. 이젠 친구가 생겼잖아."
"친구? 누구?"
"나, 정유찬. 이제 기오를 신경 쓰는 사람이 한 명 생겼어. 그러니까 기오를 돌려줘."
진짜 기오가 아닌 외계인 기오와 몇 시간 놀았을 뿐인데, 유찬이는 진짜 기오가 그리웠던 거예요.
매일 공부만 하느라 노는 것을 잊어버린 아이들. 그냥 신나게 같이 놀기만 해도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데, 이제 아이들은 친구를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만 여기는 것 같아요.
<지구별 스쿨 라이프>를 보면서 많이 속상했어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어쩌다 이렇게 삭막하게 변해버린 건지, 어른으로서 미안했어요.
마지막은 다큐멘터리로 끝나네요. 앗, 진짜 마지막은 반전이 남아 있어요.
어른들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지려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