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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립스틱 ㅣ 책고래아이들 8
이명희 지음, 홍유경 그림 / 책고래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어른들은 잘 모릅니다. 아이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그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분명 어른들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을텐데 왜 까맣게 잊어버린 걸까요?
<술술 립스틱>은 책고래아이들 시리즈 여덟번 째 책입니다.
제가 이 시리즈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을 쏙쏙 끄집어내어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몰랐던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고,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수줍고 내성적인 예원이가 주인공입니다.
예원이는 산들 초등학교 4학년 1반으로, 같은 반 미나 때문에 힘들고 괴롭습니다. 미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라서 발표할 때도 전혀 떨지 않고 말을 잘하는데, 종종 예원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댑니다. 미나를 포함한 자뻑파 삼인방까지 합세해서 말 못하는 예원이를 뒤에서 흉보고 놀림감으로 만듭니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예원이는 얼굴이 너무나 빨개지고 온몸이 떨려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미나와 단짝 친구들은 "바사바아라사라아?"라며 낄낄거립니다. 그건 '병신, 벙어리 삼룡이?'라는 뜻으로 자음 초성에 모음 '아'만 붙인 것으로, 자기들끼리 다른 애들을 놀릴 때마다 쓰는 암호입니다. 하지만 예원이도 비밀 일기를 쓸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라서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듣고 다시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그때 반장 희선이가 예원이의 어깨를 토닥여 줍니다. 희선이는 덩치는 코끼리처럼 크지만 마음만은 토끼처럼 여린 친구라서 예원이의 마음을 위로해준 겁니다.
터덜터덜 힘없이 집으로 오는 길, 예원이는 신기한 무지갯빛 뽀글이 파마를 한 아줌마를 만나게 됩니다. 진열대에는 알쏭달쏭한 글이 적혀 있습니다.
"주인 맘대로 화장품 판매
꼭 필요한 한 가지만!"
진열대 속 화장품들은 '시험지가 보이는 보여 줘 마스카라' , '바르면 용기가 생기는 용기 스킨', '또 보아요 보라보라 매니큐어', '머리에 쏙속 헤어 에센스', '바르면 술술 술술 립스틱', '뿌리면 끌려요 마법의 인기 향수'라고 쓰여 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말 못하는 소심쟁이 예원이에게 아줌마는 웃으며 보라색 뚜껑의 립스틱 하나를 건넵니다. 바르기만 하면 말을 잘하게 되는 술술 립스틱이라면서.
예원이 마음에 쏙 드는 립스틱이지만 비쌀 것 같아 망설이는데, 아줌마는 홍보 기간이라며 공짜로 술술 립스틱을 줍니다. 그리고 립스틱은 하루에 한 번 만 바르라고, 욕심부리면 안 된다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술술 립스틱을 바른 예원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술술 립스틱>은 초등학교 교실을 엿본 것 같이 생생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마도 예원이처럼 부끄럼 많은 친구들은 예원이의 고민을 충분히 공감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술술 립스틱을 준 아줌마는 예원이에게 왜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했는지, 그 이유가 나중에 드러납니다. 누구나 말 잘하고 재미있는 친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말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또래 아이들의 고민뿐 아니라 말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멋진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