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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 - 어느 속물의 윤리적 모험
박선영 지음 / 스윙밴드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람들은 자식 없어도 윤리의 최고봉에 도달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자식을 길러봐야 평균의 도덕에 가까스로 다다른다."(270p)라고 말하는 박선영님.
1990년대 대학을 다니며 X 세대로 불렸다는 그녀의 책 제목은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입니다.
이 책은 16년째 한국일보에서 일하는 기자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박선영님이 2013년부터 5년간 한국일보 <36.5도>에 쓴 칼럼들을 고쳐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글마다 그 시기의 이슈를 짐작할 수 있는 날 것의 썰(說:말씀 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동의하며 공감했습니다.
비슷한 세대라는 점, 무엇보다 자식 덕분에 인간이 된 점이 엄청난 공감 요소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나서 일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
만약 미리 시뮬레이션으로 살아볼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대한민국 저출산을 우려한다면서 행정자치부에서 발표한 가임여성의 인구수를 표시한 지도를 보며 개탄했습니다.
여성을 고작 애 낳는 기계로 보는 시각이라니..... 그들이 하는 짓이 한심해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심상정 의원의 '슈퍼우먼방지법'처럼 여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이 사회가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사회가 제대로 바뀔까요?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도 될까요?
저자는 1밀리미터의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전에는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썩 후련하지 않은 찜찜함을 느꼈습니다.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고 도리어 비판하는 목소리만 탄압받는 것 같아서. 이럴 바에는 그냥 침묵하거나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쏟아져나오는 비리, 부정부패 뉴스를 보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속시원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모두가 눈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
이 책에 쓰인 모든 글들은 모두 진담이라는 저자의 말은, 우리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도 공허한 외침으로 끝났던 지난날에 비하면 지금은 모두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 눈과 귀, 입을 막고 있던 가리개가 벗겨졌으니 이제는 똑똑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도 영화 <공범자들>을 보면서 MBC 최승호 PD가 자신을 거칠게 밀쳐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 외친 말이 뇌리에 남습니다.
"언론이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해요!" (118p)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나라 걱정을 합니다. 하물며 자식을 키우고 있다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입니다. 제 자식만 귀한 줄 아는 최 모씨 같은 파렴치가 아니라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아는 보통의 부모들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윤리적인 속물이 되겠다고 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적어도 양심을 지킬 수 있다면 망가진 나라를 고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