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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하지만 뾰족한 -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그림 같은 대화
박재규 지음, 수명 그림 / 지콜론북 / 2017년 10월
평점 :
담담한
하지만
뾰족한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돌멩이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20년 동안 광고 만드는 일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전해주는 담담하지만 뾰족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목차를 보자마자 현기증이 났습니다.
#001 파장에 대해, #002 인생의 맛에 대해, #003 기상에 대해, #004 정리에 대해, #005 차단에 대해, ...... #160 통찰에 대해, #161 물에 대해, #162 디자인에 대해, #1631초대에 대해, #164 경계에 대해.
일일이 숫자를 매겨서 표시한 것과 "~에 대해"라고 반복된 글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책 내용은 전혀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에 대해"라는 164개는 대화 내용이었습니다. 대화 중간에 '......'은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인데 말줄임표로 생략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질문보다는 그들의 답변에 집중하라는 의도라고 하네요.
우선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와의 대화를 기억하고 기록했다는 것. 그래서 그 순간의 대화들이 매우 특별하게 간직되었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스쳐가는 대화들, 말, 말, 말 ....... 그리고 말줄임표. 가끔은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그냥 침묵하고 싶어질 때가 있었거든요.
상상의 그물을 던져서 의미있는 말들만 걸러낸다면 제가 보낸 하루는, 어떤 말들이 남아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책 제목을 보고 처음 떠올린 이미지가 '돌'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내뱉는 말들이 '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어떤 돌을, 어떤 마음으로 건넬 것인가. 그 상대방이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우연이겠지만 첫번째 < #001 파장에 대해 > 대화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차피 돌들은
사는 동안 끊임없이
당신의 가슴 속으로 던져지겠지요.
결국
산다는 건
그 돌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고요한 호숫가에 던져진 돌들처럼
그 돌을 받아들이며 살 것인지
아니면
꽝꽝 언 호수의 빙판 위로 던져진 돌들처럼
그 돌을 튕겨내며 살 것인지..." (015p)
돌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 각자 삶의 방식이 되겠지요. 저는 그저 우연히 '돌'이 떠올랐다고 생각했는데, '담담한 하지만 뾰족한'이라는 단어가 가진 수많은 이미지 중 하나였습니다. 저자는 매우 감각적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향기처럼 164가지의 대화가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대화들을 그림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카피라이터가 쓰고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인생 담채화', 그들의 대화 속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