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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 - 마지막 순간, 놓아 주는 용기
황성젠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다운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준비해야 됩니다.
이 책은 인간다운 죽음이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알려줍니다.
저자 황성젠 박사는 대만 시립병원장이자 세계적인 호스피스 전문의입니다.
책 속에는 호스피스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환자실이나 병원 응급실에 가본 경험이 있다면 책 속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와 닿을 것입니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결코 아름답게 죽을 수 없습니다.
의료진은 환자를 치료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사망 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 가능한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인들은 기관 절개, 흉부 압박, 전기 충격, 심장근육 수축제 등 응급조치들이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과도한 응급조치로 환자의 몸은 처참한 지경에 이릅니다. 에크모를 부착한 팔다리가 검게 멍들고 기도 삽관으로 인해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지고, 심폐소생술로 늑골은 부러지고 내장은 파열되어 온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상황... 결국 환자는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게 됩니다. 응급치료 끝에 분간할 수 없게 변해 버린 임종 환자를 마주하는 가족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죽음을 막을 수 없습니다. 단지 최선을 다해 치료할 뿐입니다. 환자를 살릴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살려야 하지만, 살릴 수 없다면 환자의 존엄을 지키고 가족들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만약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응급치료에 대한 내용을 알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환자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마지막 순간을 고통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환자가 편안히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DNR 동의서에 서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입니다.
심폐소생술 거부 (Do Not Resuscitate, 약칭 DNR) 동의서.
죽음을 눈앞에 둔 중증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은 아무런 효과가 없으나 의료진은 DNR 동의서가 없으면, 이 절차를 생략하지 못합니다.
이 책에 실린 36가지 이야기는 황성젠 박사가 직접 겪은 실화들입니다. 오랫동안 환자들을 치료하며 느낀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 중에는 호스피스 의료를 잘 모르는 임상 의사들이 오직 '병'을 치료하는 데만 집중해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나옵니다.
대만의 '호스피스 의료조례'는 2000년에 제정되었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아름답게 죽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 나라입니다. 2002년 이 조례가 한 차례 수정되었습니다. 대만에서 '호스피스 의료조례'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DNR 동의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는 어떨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선뜻 꺼내기 힘든 주제라서 미리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더이상 외면할 수 없을 겁니다.
인간다운 죽음, 생의 아름다운 이별을 하려면 DNR 동의서에 서명해야겠구나라는.... 그리고 가족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