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섬니악 시티 - 뉴욕, 올리버 색스 그리고 나
빌 헤이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7년 8월
평점 :
빌 헤이스의 <인섬니악 시티>
이 책은 그가 올리버 색스와 함께 살았던 뉴욕에서 썼던 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파트너 스티브가 있었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배우자의 죽음은 인간이 겪는 정신적 충격 중 첫번째로 꼽을 정도로 큰 슬픔과 상실감을 줍니다.
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십육 년 동안 아기처럼 꿀잠을 자는 남자 스티브 곁에서 불면의 밤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깊이 잠들었던 그 밤에 스티브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것인지, 만약 그날 밤 수면제 반 알을 먹지 않았더라면 깨어 있었을 것이고 스티브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스티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빌은 오랜 방황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올리버 색스로부터 일적으로 편지를 받게 되었고, 그걸 계기로 서신 교환을 하게 됩니다.
올리버의 초대로 뉴욕에서 가게 된 빌은 30년의 나이 차가 무색할 정도로 올리버와 금세 친해지게 됩니다. 원래 빌이 뉴욕으로 이사한 건 올리버와 관계가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이사하자 마자 올리버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빌 헤이스의 일기장 2009년 5월 9일
O가 반드시 일기를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러기로 한다. (59p)
그의 일기장이 올리버를 추억하는 한 권의 책이 될 지, 그때는 미처 몰랐을 겁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올리버에게 흠뻑 빠져버린 빌, 아니 서로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
평범한 일기라서 더욱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빌의 시선으로 바라본 뉴욕 그리고 올리버.
그는 탁월한 관찰자이자 이야기꾼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가 뉴욕의 지하철에 대해서 무엇보다 좋아하는 점은, 그것이 하지 않는 것에 있다.
평생을 뒤만 돌아보면서 - 후회가 가득하든 그리움이 가득하든, 아니면 부끄러움이 되었든 애착이 되었든 슬픔이 되었든 - 혹시라도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인생도 있다.
하지만 지하철은 오르고 나서 문이 닫히면, 그 차량이 향하는 대로 자신을 맡길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하철은 한 방향으로만 간다. 앞으로." (58p)
스티브의 죽음으로 고통스럽던 그의 삶이 올리버 색스를 만나면서 지하철 같은 인생을 산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를 기쁘고 감사하게.
빌 헤이스의 일기장 2015년 4월 22일
O :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적으로, 창조적으로, 비판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담아
지금 이 시기 이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글로 쓰는 것이지." (304p)
이 책 속에는 수많은 사진들이 있습니다. 뉴욕의 공원이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습니다. 살아 있음의 증거물.
빌은 끊임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사진을 찍고, O는 매일 글을 씁니다. 하루를 마칠 때쯤 빌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O에게 보여주고, 그는 자신이 쓴 것을 읽어줍니다.
O가 점차 자신을 내려놓고 있는 것을, 하나하나 떠나 보내고 있는 것을, 그 모든 것을 빌은 곁에서 지켜봅니다. O의 마지막 순간까지.
빌에게는 또 한 번의 슬픔이지만 이번에는 아프면서도 평온합니다.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진심을 다 표현했으니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요?" 내가 말했다.
"모르지." 그의 눈이 감겨 있었지만, 아름다운 무언가를 보는 듯, 웃음을 띠고 있었다.
"많이요."
"좋아." O가 말했다. "아주 좋아."
"좋은 꿈 꿔요." (338p)
아름다운 삶과 이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겠지만 어차피 겪을 이별이라면 이들처럼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면의 도시에서 부디 좋은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