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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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대중이 인정한 최고의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쩜 그리도 실감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인지 늘 감탄하곤 합니다.

그래서 소설가의 거짓말은, 고급지게 '작가적 상상력'이라고 표현합니다.

십대 시절에 우연히 <꿈꾸는 식물>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작가 이름도 모른채 읽었던 소설이라서 다 읽은 후에야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이외수(李外秀)

필명인 줄 알았더니 본명이라는.

이름 자체가 예술인 듯.

한 번 본 그 이름을 잊지 않고, 이후에 이외수 작가가 쓴 책이라면 주저없이 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 이외수 작가님이 던진 언어의 미끼를 덥썩 물어버렸나 봅니다.

요즘 세상은 소설가보다 더 기가막힌 거짓말쟁이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니, 듣고 있기가 너무나 괴롭습니다.

차라리 소설가가 된던가, 왜 소설가도 아니면서 참말처럼 거짓말을 꾸며대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근래 이외수님의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이제 작가님이 소설은 안 쓰고 팩트를 쓰기로 작정하신 건가 싶어서.

최순실이 개명해서 최서원이 되었다고 해서 인간까지 바뀌진 않잖아요.

소설을 빙자하여 가명을 썼지만 우리는 그들이 누구를 뜻하는지 다 알잖아요.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은 이외수 작가님이 쓰고 정태련 작가님이 그린 그림 에세이입니다.

그간 암 투병 소식 때문에 궁금했던 근황과 소설가의 일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  작가님에게는 시간의 옆구리 같은 골방 하나가 있어서 그곳에서 명상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고.

그때는 시간도 공간도 정지하고 모든 현실이 사라져 버린다고. "내가 비정상인 것일까."라고 자문하셨는데, "아니오. 지극히 정상이에요."

오히려 우리 삶에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순간이 없는 게 비정상이지 않을까요.

벌써 바람이 서늘한 가을이 왔습니다.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말이 현실이 되어 제 머리에도 서리가 살짝 내렸습니다.

작가님도 어느새 일흔 나이를 드셨네요.

"나는 소설을 통해 인간이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보다는

인간이 이런 식으로 살아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는 쪽에 가깝다." (88p)

맞습니다, 작가님의 이번 신작소설에 썩어빠진 인간들이 등장하죠. 문제는 그 인간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것, 그러니 부끄러움도 모르는가봐요.

"감동이 없는 글은 죽은 글이다.

그러면 어떤 글이 살아 있는 글인가.

쓰는 이의 진실을 바탕으로 읽는 이의 사랑을 각성시키는 글이 살아 있는 글이다."  (116p)

작가님은 감동이 있는 글을 쓰세요, 저는 제 안의 사랑을 깨워가며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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