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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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역행사 자리에서 소설가 박완서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원래 사인회를 진행했는데 연로하신 선생님의 몸상태를 고려하여 몇 분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책을 들고 기쁜 마음에 줄 서 있던 저로서는 얼마나 속상하던지.  공교롭게도 제 바로 앞에서 중단된 것.

암튼 안타까운 마음으로 선생님을 지켜보다가 평소였다면 절대 못했을 행동을 했습니다.

성큼 다가가 "죄송하지만 악수라도 한 번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했던 것.

다행히 저를 향해 손을 내밀어 주셔서 제 인생 최초로 소설가님과 악수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마르고 앙상한 손의 감촉... 약간 차가웠던 그 느낌.


<뭉클>은 시인 신경림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산문들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이 책 속에서 박완서님의 글을 만났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선생님과는 소설가와 독자라는 뻔한 관계 외에는 아무런 인연도 없지만,

오로지 악수 한 번의 추억이 제게는 뭔가 특별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침 여기에 소개된 글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을 읽으니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서울의 아파트에 살던 작가님이 아차산 아랫자락 마을로 이사한 건 순전히 산 때문이라고.

아차산을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지만 자신이 개발한 길은 1년 내내 아무하고도 안 마주칠 정도로 사람들이 안 다니는 길이었다고.

그 산길은 약수터도 없고 암자도 없는 그냥 산길이지만 나무와 풀들, 새들과 다람쥐들 덕분에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을 정도로 혼자 걷는 기쁨을 주는 길이었다고.

그러던 어느날 산길에서 집 열쇠를 잃어버렸는데 며칠 동안 발밑을 보고 걸어도 당최 찾지를 못했다고. 이후 스페어 열쇠 때문에 발밑 살피는 일을 그만 둔 어느날,

눈에 잘 띄는 나뭇가지에 자신의 열쇠가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고.

여지껏 그 산길은 자기 혼자만의 산책길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자신이 낸 길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오솔길이며 누군가 먼저 거닐며 낸 길이었던 것.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235p)

이 책을 읽는 제 마음이 어쩜 작가님이 그 열쇠를 발견했을 때와 같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냥 각각의 산문을 읽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뭉클해지는 산문들을 모아 읽으니 글에 담긴 감정들이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인생 길을 함께 거닌 것 같은, 정말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을 한 것 같습니다. 따스한 악수를 나누듯 나의 사람들에게 <뭉클>를 건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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