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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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는 무녀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조선 시대에 가장 비천한 신분이었던 무녀들.

그들은 왜  역모를 꿈꾸었을까요.

이건 질문이 아니라 한탄입니다. 얼마나 비천한 삶을 살았길래, 제 목숨을 걸고 싸웠을지를 짐작할 뿐입니다.

신령의 힘으로 세상을 뒤집어엎기를 소망했던 그 절실함을 그저 짐작할 뿐입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저자는 한 편의 논문을 읽고,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한승훈의 <조선후기 혁세적 민중종교운동 연구 : 17세기 용녀 부인 사건에서의 미륵신앙과 무속>(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2012).

이 논문에서 조선 숙종 때 경기도 양주의 무당 무리들이 도성에 입성하여 미륵의 세상을 맞이하려 했다는 역모 사건을 읽게 됩니다.

소설은 특성상 어떤 소재의 이야기든지 이야기 자체로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소설처럼 역사적 문헌에 남겨진 사실이 모티브가 된 것은 좀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문헌 자료에는 양주 목사 최규서가 추국을 시작하면서 "죄인 양녀 원향의 진술은 그 말이 실로 심히 요사스럽고 끔찍하다"고만 나와 있고, 원향이 했던 요사스러운 말들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들이 소설가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조선 시대 사대부들에게 힘없이 짓밟혔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역사적 기록에는 한 줄도 없이 사라져간 민초들.

어쩌면 이 소설은 단순히 무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선 시대에 벌어졌던 시민 혁명의 불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대부들에게 무녀의 존재는 필요할 때 쓰고 버리는 하찮은 존재였는지는 몰라도, 그들이 가진 신령한 힘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뻔히 죽을 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무녀들을 보면서, 원향의 말처럼 그들의 죽음은 패배를 뜻하지 않습니다. 무녀들이 세상을 뒤집어엎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의 고통 한 방울을 덜 수 있다는 말이 뇌리에 남습니다. 그리하여 수없이 사라져간 민초들 가운데 무녀들의 이야기가 역사에 기록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그 기운이 이어지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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