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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몫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허지은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8월
평점 :
마수메 사데기, 그녀의 이름입니다.
<나의 몫>은 이란에서 살았던, 어쩌면 아직도 살고 있는 한 여인의 삶을 보여줍니다.
소설이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
이란에 대해서는 지리적 위치 이외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습니다. 이슬람을 믿는다는 것, 여성 차별이 심하다는 것 정도...
그런데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이런 나라가 있구나...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하는 억압과 차별...'
마수메는 똑똑한 아이였지만 여자라서 학교를 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자신을 특별히 아끼고 사랑해주는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에 중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둘째 오빠 아흐매드는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고 마수메를 심하게 괴롭혔습니다. 남동생 알리는 오빠 못지 않은 악동이었고, 마수메의 첫사랑이었던 사이드와의 관계를 고자질했습니다. 겨우 쪽지만 주고 받았을뿐인데, 그게 가족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난리가 났습니다. 마수메는 오빠와 엄마에게 폭행을 당하고, 아흐매드는 사이드를 찾아가 칼을 휘둘렀습니다. 마수메의 하나뿐인 절친 파르바네는 둘의 연애를 도왔다는 이유로 공개적 망신을 당하고...파르바네 가족은 도망치듯 이사를 가버립니다.
결국 마수메는 가족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한 뒤에 강제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남편 하미드는 지적이고 개방적인 남자였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가 정치적 혁명을 주도하는 그룹의 일원이라는 것. 평탄할 줄 알았던 마수메의 결혼 생활은 참으로 파란만장합니다. 그건 이란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십 대 소녀였던 마수메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기나긴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오직 남편과 자신의 두 아들을 지키기 위해 버텨냅니다. 정치범으로 옥살이하는 남편을 대신하여 직업을 구하고, 대학 공부를 하며 집안 살림까지 해내는 마수메는 거의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그 모든 게 가능할까 싶은데, 그녀는 자신이 '엄마'라서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나중에 세상이 바뀌고 남편이 훌륭한 혁명가로 칭송받을 때에도 그녀는 자신이 남편의 정치활동에 관여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너무나 솔직한 그녀의 고백처럼 그녀는 평생 아내이자 엄마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남편을 위해서, 아들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마수메. 그런데 왜 자신을 위해서는 용기를 내지 못한 걸까요?
그건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억압된 사회에서 그것도 약자로 살아온 한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지구상에는 여자라서 자신의 몫을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사회가 존재합니다. 언제쯤 그녀들의 몫이 생길까요... 이 소설이 시작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