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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여행을 주제로 한 책도 많고, 방송도 많습니다.
어느샌가 '여행'이 유행이 된 것 같습니다.
대부분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맛있는 음식을 보여주면서...
한 마디로 그림의 떡.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매우 솔직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여행에 관해 그럴듯 하게 꾸미거나 부풀리지 않습니다.
"나는 여행을 떠나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을 싫어한다.
우리는 여행에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나 자신을 가지고 간다. 속옷 한 장 없이 떠날 수 있지만 나 자신이 없이는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한다.
... 내가 여행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되뇌는 점이 있다면, '예정대로 되지 않는 일을 받아들일 것'.
오로지 그것을 더 여유 있게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매일의 삶에서 예정대로 되지 않는 일은 내 힘으로 돌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라면 더 부드럽고 가볍게,... 포기하는 법을 배우고 변수를 받아들인다. 아마도 나는, 평상시에 대충 '해치울' 수 없는 것들을 해버리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것 같다. " (13-14p)
맞는 말입니다. 장소가 바뀐다고 해서 사람의 근본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여행은 집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행위입니다.
저자는 목요일까지 마감을 마치고 금요일 월차를 써서 주말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라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여행은 이벤트일 수도 있고, 버킷 리스트일 수도 있지만, 저자에게는 그저 일상적인 여가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일상 에세이입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라는...
특히 내장 요리 마니아를 위한 가이드를 보면서, 저자의 글로벌한 입맛에 놀랐습니다. 제주도 사람들만 안다는 별미 '검은지름'은 말의 대창이라고 합니다. 말의 내장을 수육으로 만든 것이라 시각적인 충격은 있었으나 부드러운 식감에 정말 고소했다는 소감평. 역시 여행자의 덕목 하나는 '가리는 음식이 없어야 할 것'인 듯. 아무래도 여행하면서 가리는 음식이 많거나 예민한 장을 소유했다면 괴로운 상황이 벌어질 확률 100%, 물론 스스로 잘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면 모를까.
중요한 건 여행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을 나오듯이, 여행도 휴가에 맞춰 떠나면 됩니다. 여행에 대해서 환상을 갖고 접근하면 실망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그건 이미 여행을 해봤다면 경험했을 겁니다. 그래서 여행할 때 가장 설레고 좋은 순간은, 어쩌면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이 아닐까. 암튼 이것저것 따지면 여행의 좋은점보다는 안좋은점이 더 많은 게 아닌가 싶지만 결론은 이것입니다. 사람은 늘 마음이 끌리는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후회가 없습니다. 힘든 여행을 다녀오고도, 다시 다음 여행을 검색하는 저자처럼.
우리는 각자 생긴대로 사는 겁니다, 그래야 진짜 멋진 거죠. 저자 이다혜님의 솔직한 글을 읽으며 멋지게 산다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