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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고고심령학자>는 작가 배명훈의 다섯 번째 소설이라고 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배명훈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습니다.
과학소설...
소설은 그냥 소설일 뿐인데, 굳이 그 안에서 또 장르를 나누는 이유는 뭘까요.
평범한 독자로서 소설을 온전히 즐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이 소설에 대한 <해설>을 보지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처음부터 읽었기 때문에 소설의 결말까지 본 후에 <해설>까지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소설 속 조은수는 고고심령학자입니다. 스승인 문인지 박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문 박사의 연구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들이 기거하는 연구소는 오래된 천문대. 문 박사의 서재에는 수많은 책들이 쌓여 있고, 그 책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것도 모두 은수의 몫이 됩니다.
문 박사는 천문학자가 아니라 언어학과 역사학 학위가 있는 고고심령학자였습니다.
이 소설은 "고고심령학"이라는 단어가 완벽한 미끼였고, 저는 그 미끼에 걸려들고 말았습니다.
고고심령학이 무엇인가를 설명하자면, 고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심령학적인 관찰로 밝혀내는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 천년 전 사람들이 쓰던 언어를 어떻게 재구성해낼까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면 그 당시의 혼령을 만나면 됩니다.
은수는 문 박사의 수제자답게 혼령을 볼 수 있는 능력자로, 육 년을 천문대에서 함께 지내며 연구해온 사람입니다.
반면 김은경은 문 박사의 고고심령학 과정을 수료했으나 혼령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인으로 물러난 인물입니다.
아무리 고고심령학을 공부해도 혼령을 볼 수 없다면 주도적 역할을 하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은경에게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고고심령학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데,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
뭔가 뚜렷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어야 집중하게 되는데 계속 뿌옇게 시야를 가려버리니까 슬슬 지루해져가는...
은수처럼 혼령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혼령 때문에 긴장이 되겠지만 은경은 서늘한 느낌만 들뿐 전혀 볼 수 없으니 현장에서 소외되는 기분.
그런데 이 소설 속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고고심령학 학계에서 문 박사는 독보적인 연구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웃사이더였고,
공학자 출신인 이한철 박사는 고고심령학 측정 장비 개발 분야로 흥행 부문에서 성공한 덕분에 주류가 됐습니다.
문 박사가 세상을 떠나고 천문대를 지키던 은수는 문 박사의 죽음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천문대에 머물던 천오백 년 된 아이의 혼령이 문 박사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울 한복판에는 마치 혼령처럼 출몰하는 검은 성벽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은수는 이 모든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직접 찾아나서면서 우연히 문 박사의 지인 한나 파키노티 박사를 만나게 됩니다.
한나 파키노티 박사는 생전에 문 박사를 돕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제자 은수를 돕게 됩니다.
과연 미스터리한 심령 현상은 어떤 재앙의 징조인 것인지... 추적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학구적이라서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에서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게 더 놀라웠습니다.
<고고심령학자>를 통해서 어설프게 입문해보려 했으나, 아무래도 딱 거기까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