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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이방인 - 내 안의 낯선 나를 발견하는 시간
로버트 레빈 지음, 홍승원 옮김 / 토네이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모든 학문을 꿰뚫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철학이 될 수도 있고, 심리학, 생물학, 뇌신경과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거울 속의 이방인>의 저자 로버트 레빈은 미국의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인간 자아의 실체'를 심리학에 국한하지 않고 생물학, 신경학, 유전학 등 자연과학의 관점부터 사회과학까지 가능한 모든 관점에서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의 말처럼 일종의 여행담입니다. 목적지가 없는 여정....여전히 여행중.
자, 여행의 깃발을 다시 확인해볼까요?
주제는 "나",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 본성'.
나라는 존재가 '자아'를 갖는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나와 나 이외의 것을 가르는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지,
나를 통제할 수 있는지, 나의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과학이 밝혀낸 뇌와 인간 심리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일 뿐, 완벽한 답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사회심리학자로서 확신하는 한 가지는 바로 완벽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어둠 속을 더듬어가는 중.
책 속에 소개된 신체 스와핑 실험을 보면서, 우리의 감각이 이토록 쉽게 착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뇌는 보는 것을 믿을까요, 아니면 느끼는 것을 믿을까요? 승자는 시각입니다.
우리 뇌는 시각적 피드백에 속아서 실제와 같은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인식이 현실과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림실력이 최악인 저자가 미술교수 베티 에드워즈의 모드 전환 훈련법으로 멋진 작품을 그려낸 것도 새로운 뇌 활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 모드는 좌뇌에, R 모드는 우뇌에 연관되어 있어서 예술적 자부심이 부족한 학생은 L 모드에서 R 모드로 전환하는 훈련을 하면 된다는 것.
우선 위아래를 뒤집어 그리는 것으로 보이는 대로 따라 그리면 됩니다. 선을 하나 따서 똑같이 따라 그리고 거기다가 새로운 선을 연결하면서 그 모든 것들이 빈틈없이
이어지도록 집중하면서 완성된 그림은, 저자가 평생 그려본 그림 중 가장 잘 그렸다는 것.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의지를 줄 순 없어도, 뇌를 속여서 그림을 그리게 할 수 있는데, 더 놀라운 점은 속임을 당하는 대상인 L 모드가 바로 이 전략을 짠 쪽이라는 점.
이밖에도 우리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 분명히 자신의 뇌라고 여기지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볼 때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뇌의 가소성은 '나'라는 존재를 우리가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하고
방대한 인격들로 발현될 수 있게 만듭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중인격자라는 것.
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우리가 지난 25년간 사회심리학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연기를 통해 스스로를 생각할 뿐 아니라 생각을 통해 스스로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에 선 연극배우라는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할 일은 자신의 무대에서 최고의 배우가 되는 일이 아닐까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당장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다소 허무할 수 있겠지만, 동양의 위대한 철학자 노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나인 것을 내려놓을 때 나는 비로소 나일 수 있다." (316p)
저자의 결론도 이와 같습니다.
"심리학자로 40년을 보낸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이것뿐이다.
무대 뒤에 있는 등장인물을 육성하라는 것. 적절한 인물에게 적절한 배역을 주는 방법을 배우라는 것. 대본을 편집하고, 수정하라는 것.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말라는 것.
인정하자, 우리는 다들 한배를 탄 동지들이다." (32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