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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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커플들이 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는 행정자치부에서 '가임 여성 인구수 지도'를 발표하여 여성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그만큼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국가적으로 산아 제한 운동을 펼쳤는데...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

손바닥 뒤집듯이 달라진 세상을 보니,

SF적 상상이 현실로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멸 세계>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 변화를 바탕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성행위가 거의 사라지고, 사랑이나 성욕은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취미 같은 것으로 바뀝니다.

마치 일본에 어떤 캐릭터 덕후가 캐릭터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서 사람마냥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될 것 같아요.

지금 우리 눈엔 이상해보이지만, 여기 소설 속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게 된 거죠.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고, 결혼을 하더라도 서로를 가족으로서만 대해야지 성적인 시선이나 연애 대상으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

아이를 갖고 싶다면 인공수정으로 낳고, 부부가 관계하는 건 근친상간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세상이 된 겁니다.

주인공 아미네는 부모님이 직접 성행위를 통해 낳은 아이로 극히 드문 케이스.

아미네의 엄마는 늘 아빠를 정말 사랑했다고, 그 결실로 아미네가 태어난 거라고 말해줬지만,

학교에서 '올바른 성'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엄마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엄마의 영향 때문에, 아미네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성행위를 통해 확인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금단의 열매를 먹는 아담과 이브처럼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의식을 치루는 겁니다. 물론 남편과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사실 전남편과 이혼한 것도 신체 접촉을 시도했기 때문.

여기에서 부부는 사이좋은 오누이 같은 가족으로 정의됩니다. 결혼은, 그나마 가족이라는 관계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선택일뿐.

아미네 남편은 연애 문제로 늘 힘들어 하다가, 나중에는 아미네에게 실험도시 지바로 함께 가자고 제안합니다.

실험도시에서 아미네와 남편은 똑같이 인공수정을 시도하지만, 남편은 무사히 아이를 출산합니다.

서로의 정자와 난자로 탄생한 아기지만, 실험도시에서는 모든 인류의 '아기'이며, 모든 사람이 아기의 '엄마'로 인식됩니다.

결국 미친 세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싶었던 아미네의 엄마는 영영 갇혀버리고, 아미네와 남편은 그 세상에서 '정상적인' 사람이 되고 맙니다.

끔찍한 그들만의 유토피아.

이것이 <소멸 세계>가 주는 경고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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