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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ㅣ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97년 그리고 2017년.
『액스』는 1997년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베스트셀러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이 소설을 토대로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2005)를 연출했다고 합니다.
1997년 12월 31일 한겨레 신문을 보면,
1997년 말...말...말 "IMF ... 나 해고됐어"라는 기사가 눈에 띕니다.
기업의 잇따른 부도와 대량해직 사태.
당시 대한민국은 IMF로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바로 그때 출간된 소설 『액스』.
공교롭게도 '도끼'를 의미하는 액스(THE AX)가 은유적으로 '정리해고 행위'를 뜻한다고 합니다.
미국 중산층 남자가 20년간 다닌 회사에서 잘렸을 때,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우선 재취업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버크도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쉽게 취업하지 못했습니다.
버크는 결단을 내립니다. 자신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거해야 자신이 취직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여기에서 제거한다는 건 진짜로 죽인다는 뜻.
황당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버크는, 오로지 본인의 취업을 위해서 경쟁자들을 죽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나 싶다가도,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데 사람 하나 미쳤다고 이상할 게 있나라는...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왔던 남자가 한순간에 연쇄살인범이 되어가는 과정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버크는 사랑하는 아내 마저리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버크를 살인자로 내몰았을까요. 차라리 사이코패스의 연쇄살인범이라고 저주하고 말텐데, 그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한 인간이 타락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서... 가장 소름끼치는 건 결말입니다.
20년이 지났건만 2017년 대한민국은 경제위기에 몰려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또다른 버크가 나타날까봐 무섭습니다. 좀비 만큼이나 무서운 인간들...
어쩌면 경제위기보다 더 큰 위기는 '인간상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이름은 버크 데보레다. 쉰한 살이고, 코네티컷 페어본 페너리 우즈가 62번지에 살고 있다.
실직 상태로 지난 2년을 보냈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군대에 다녀온 후 지금껏 단 하루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었다.
실직 상태가 길어지니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까지 척척 해내게 됐다.
업계지에 가짜 구인 광고를 싣고, 나와 같은 처지의 실직자들로 하여금 이력서를 보내게 만들었다. 내 경쟁자들 말이다.
난 그 이력서들을 꼼꼼히 훑어본 후 나보다 나은 자격과 조건을 갖춘 이들을 추려 차례로 죽였다. 그들에게 내 저라를 빼앗길 수는 없었다.
나는 다시 일하고 싶었다. 그 갈망이 나로 하여금 이런 미친 짓을 벌이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총 네 명을 죽였다.
....허버트 에벌리, 에드워드 릭스와 불쌍한 그의 아내, 그리고 에버릿 다인스. (11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