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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 돌아온 세계문화유산 ㅣ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김경임 지음 / 홍익 / 2017년 6월
평점 :
약탈 문화재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2011년 4월 11일, 프랑스에 약탈됐던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 만에 우리나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반환된 것이 아니라 5년 단위 갱신이 가능한 임대 형식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왜?
그건 의문이 아닌 반문입니다.
속된 말로 도둑에게 뺏긴 내 물건을 찾았는데, 도둑이 사죄하며 돌려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뻔뻔하게 빌려주는 상황이라니...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권은 돌아온 세계 문화유산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다년 간 외교관 생활을 했고,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을 역임했으며 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 당시 자문위원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약탈 문화재에 관한 책을 저술한 것입니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시대에 힘의 논리로 대거 약탈당했던 문화재들은 수도없이 많습니다. 어떻게 문화재 반환이 시작되었나를 보니, 1970년 유네스코 불법 문화재 반환협약이 성립되고, 1995년 유네스코 후원 하에 '도난 및 불법 문화재에 관한 유니드로와 협약'의 채택을 위한 외교관 회의가 개최되면서 국제사회의 단골 이슈로 자리잡게 됩니다.
1998년 미국 국무부와 홀로코스트기념관 공동 주관으로 워싱턴 회의가 열리면서 나치가 약탈한 재산에 대한 보상과 환수에 대해 미국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합니다. 워싱턴 회의 원칙은 문화재의 내력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으로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재 소장자들이 먼저 문화재 내력을 공개하여 합법적 소유를 증명해야 할 책임이 생겼고 이후 일련의 문화재 반환사례에서 입증됩니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점은 유럽과 일본의 대륙법 체계와 영미의 관습법 체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영미법 체계에서 불법 문화재는 영원한 도난물이며, 누구도 도난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법원칙입니다.
그러나 실제 약탈 문화재 반환 사례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완전 반환이 아닌 영구대여 방식이라서 씁쓸합니다. 또한 서산 부석사 불상처럼 도난과 약탈이 겹친 문화재 사건을 보면 1970년 유네스코 국제협약의 규정이 미흡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해간 불상을 대마도 간논지가 수백 년간 불법점유해왔고, 그 불상을 한국인 도둑들이 훔쳐왔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국제 협약을 들먹이며 반환 요구를 한 것입니다. 부석사 불상의 핵심은 불상 소유권에 대한 분쟁으로, 간논지가 수백 년을 소장했어도 소유권을 입증하지 못하면, 소유권이 확실한 서산 부석사를 상대로 반환 요구를 할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한국인 절도단에 의한 대마도 관음상 도난사건의 재판이 진행중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입니다.
중요한 건 약탈 문화재 반환에 대한 우리의 시각인 것 같습니다. 소유권 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정의와 보편적 도덕의 문제라는 것.
약탈된 세계 문화유산들이 본래의 후손들에게 돌아가는 건 부끄러운 인류의 역사를 바로잡는, 반드시 해야 할 인류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