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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1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평점 :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시원합니다.
사이다 같은 일시적인 시원함이 아니라 진짜 속이 시원해지는 소설입니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조차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현실이 더 잔인한 스릴러물이라서...
오랜만에 이외수 작가님의 소설을 만났습니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해괴망측한 제목과는 달리 주인공은 식물들입니다.
조폭이나 깡패를 써서 폭력적으로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복수를 합니다.
정동언은 서른 살의 은둔형 외톨이입니다. 친일파 조부와 구두쇠 아버지 덕분에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그 돈이 부끄러워서 최대한 좋은 곳에 쓰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넓은 땅을 구입하여 수목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채널링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말을 더듬지만 식물들과는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식물들을 염사하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부정부패로 더러워진 세상을 피해서 숨어지냈는데, 유일한 친구 박태빈에게 플로리스트 한세은을 소개받아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직업이 검사인 태빈은 깨끗한 세상을 만들려고 열심히 썩어빠진 놈들을 치우고 있는데, 동언도 뭔가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때 퍼득 떠오른 사람이 고등학교 시절 국사를 가르치던 노정건 선생님입니다. 늘 진실과 정의, 양심과 도덕을 강조하셨고 학생들에게 투철한 국가관과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고 알려주신 노정건 선생님은 안타깝게도 이사진들의 미움을 받아 학교에서 퇴출당하셨습니다. 이후 근황을 알아보니 퇴임 후에도 정의 구현에 앞장서는 일을 해오셨고, 충청도에서 <민초정론>이라는 지역신문 하나를 발행하면서 서민들과 소외 계층들의 입과 귀, 눈을 대신하는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리하여 동언은 수목원 입구에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자신은 대표, 노정건 선생님은 이사, 박태빈은 법률고문, 한세은은 행동대장을 맡아서 일을 시작합니다. 나무들의 힘을 빌려 썩어서 악취를 풍기는 세상을 청소해 나가겠다는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입니다. 나무들과 공조해서 여러 가지 억울한 사례들을 수집하고 보복 여부를 숙고하여 억울함이 규명되면 용의주도하게 보복이 이뤄집니다. 주로 식물들의 신고로 이뤄지고, 식물들의 도움을 받아서 성공적인 보복을 하는데 모든 경비는 회사가 충당하는 방식입니다.
나쁜 놈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속일 수 있다면 양심의 가책은 껌으로 여기는 쓰레기들. 우리는 흔히 나쁜 놈들에게 "하늘이 무섭지도 않냐?"라고 말하는데, 여기에선 하늘보다 더 무서운 식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하찮게 여겼던 식물들이 얼마나 놀라운 능력을 지녔는지 감히 상상도 못했습니다.
비뚤어진 세상을 향한 그들의 통쾌한 반격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식물과의 채널링처럼 우리가 할 수 없다고 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듯이,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의 존재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무엇이든 한 번 해보자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