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요?

연쇄살인범? 혹은 죽음?

<살인자의 기억법>은 일흔에 치매 걸린 연쇄살인범의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듭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죄를 기억하고 싶지 않겠지만 연쇄살인범이라면 살인의 추억을 기억하려고 애씁니다.

주인공 김병수. 그는 열여섯 살에 엄마와 여동생을 때리는 아버지를 죽였고, 교통사고가 나기 전인 마흔다섯 살까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연쇄살인범이었던 그가 살인을 멈추게 된 건 교통사고로 인한 뇌수술 때문인데,

갑자기 살인의 충동이 멈춰버렸습니다. 그의 입장에선 뇌가 고장난 겁니다. 왜 더 이상 살인이 하고 싶지 않은 건지 스스로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그는 스물여덟 살의 딸 은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친딸은 아니고, 그가 죽인 사람의 딸.

어느날 우연히 접촉사고가 났는데 상대방 차 주인이 연쇄살인범이란 걸 한 눈에 알아봅니다. 그는 박주태.

기억을 잃어가는 자신을 위해서 일지를 쓰지만 점점 치매 증세가 심해져서 그것조차 잊어버립니다. 딸 은희는 치매를 앓는 그를 요양원에 보내려 하고, 나중에는 약혼자라면 남자를 데려오는데, 그는 박주태였던 것. 다행히 그를 만날 때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일지를 보고 연쇄살인범 박주태라는 걸 알게 됩니다.

늙은 연쇄살인범이 자신이 죽인 여자의 딸을 구하기 위해서 젊은 연쇄살인범을 죽이려 하는... 아주 괴상망측한 계획을 세우지만 치매로 인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살인자의 심리입니다. 그는 정말 은희를 구하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그걸 빌미로 젊은 연쇄살인범을 죽이고 싶은 걸까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뒤죽박죽 섞여 있던 살인자의 기억들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처벌받고 있는 중입니다. 망각의 벌.

첫번째는 뇌수술로 인해 살인 충동을 망각했고, 두번째는 살인자로서의 삶을 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연쇄살인범, 살인마, 악마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릅니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145p)

"인간은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치매에 걸린 인간은 벽이 좁혀지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숨이 막힌다.  (98p)    

결말이 주는 반전은 치매 노인이 겪는 기억의 오류입니다. 다만 왜 은희였을까요? 

자신이 죽인 사람들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도 없던 그가, 왜 은희는 살리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소설에 대한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읽지 않았습니다. 제 궁금증에 대한 답은 오로지 살인자 김병수만이 알고 있는데, 그는 망각의 늪에 빠져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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