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무엇을 기대하나요?
『오직 두 사람』이라는 소설 제목을 봤을 때.
단순하게 여자와 남자를 떠올렸다면, 그 다음은 로맨스?
그러나 이 소설은 뻔한 예측을 거부합니다.
김영하님의『오직 두 사람』은 모두 일곱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지만, 묘하게도 단편은 못된 매력이 있습니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인데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고 해야 하나?
어딘가에 살고 있을 법한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내면의 닮은꼴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의 본성.
성악설이니, 성선설이니 따지지 않아도 나쁜놈은 나쁜놈이니까.
그런데 문득 내 안에도 나쁜놈이 숨어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예전에는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로 보였다면 지금은 그들이 내 안에도 숨어 있다고 느낍니다.
소설이 더 이상 소설이 아닌 현실처럼 느껴질 때부터 살아온 시간들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덮쳐옵니다. 우리는 조금씩 나이들어가는 게 아니라 어느 한순간 확 늙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소설이 나에게 세월을, 시간을 체감하게 해줍니다.
<오직 두 사람>은 붕괴되어가는 가족 관계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 어쩌면 세상에는 당연하게 거저 이뤄지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서로 마음의 문을 닫는 순간,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차가운 벽이 되고 맙니다. 하나씩 밀어내고 결국 독방에 갇혀 버린 현주처럼.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사용자가 세상에 오직 두 사람뿐이라면, 그 사람의 고독은 얼마나 처절할까요.
<아이를 찾습니다>는 마트에서 쇼핑하던 부부의 눈앞에서 카트에 태운 세 살 아들이 사라진 이야기입니다. 아빠는 신형 핸드폰을 구경하느라, 엄마는 화장품을 사느라, 잠시 한눈 판 사이에 누군가 아이를 데려간 것입니다. 카트 채로 깜쪽같이 사라진 아들을 찾느라 부부의 삶은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아내는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조현병이 생겼고, 남편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 찾는 일과 아내 돌보는 일 때문에 공사장 일이나 야간 경비일을 전전합니다. 드디어 십일 년만에 찾은 아들은 자신을 유괴했던 여자를 엄마로 여겼고, 오히려 친부모를 유괴범 취급합니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만 하면 모든 게 괜찮아질거라는 희망... 오로지 그 희망의 끈을 붙잡고 살았던 한 남자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라서,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이 가슴을 후벼팠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무도 그 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만 소설은 그저 보여줍니다. 이런 삶도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