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살림 YA 시리즈
범유진 지음 / 살림Friends / 201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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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한 켠이 물에 젖은 스폰지마냥 촉촉해집니다.

슬픈 감정은 아닌데, 그냥 먹먹해지는 느낌...

<맛깔스럽게, 도시락부>는 고등학생 다섯 명이 서로 우연한 기회에 만나, 학교 정자에서 도시락을 나눠먹는 이야기입니다.

남들 보기엔 그냥 아이들끼리 모여서 점심 도시락을 먹는 게 전부지만, 엄연히 '도시락 연구부'(도시락부)라는 명칭의 동아리 활동이라는 것.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싸게 된 신입생 윤모아.

오빠의 죽음으로 1년을 쉬고 윤모아와 1학년 같은 반이 된 최수빈.

아이돌 그룹 멤버이자 무용가를 꿈꾸는 2학년 강보라.

요리사를 꿈꾸는, 도시락부의 부장 2학년 민태준.

도시락부의 유일한 3학년이자, 수학 천재, 컴퓨터 천재로 불리는, 최수빈의 남자 친구 이신기.

저마다 고민을 가진 다섯 명의 아이들은 마치 맛깔스럽게 싼 도시락 반찬처럼 어울립니다. 어딜 봐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의 다섯 아이들.

이 아이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도시락이 그리워졌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적에는 도시락 먹는 재미로 학교간다고 할 정도로 점심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어떤 날은 점심 시간 전에 도시락을 까먹고, 매점으로 달려가서 컵라면에 빵까지 와구와구 먹고, 자율학습 시간에는 몰래 나와 분식집까지 섭렵하면서 남다른 소화력과 식욕을 자랑했는데...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

아마도 지금 우리 아이들에겐 도시락의 추억이 없어서 크게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여기 도시락부의 친구들 이야기는 공감할 것 같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늘 주눅들어 있는 모아에게 진심으로 다가와준 수빈이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까칠한 연예인으로 비칠까봐 늘 신경써야 하는 보라에게 듬직하게 지켜주는 태준이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오빠의 죽음으로 집안 전체가 침묵으로 가라앉은 수빈이네, 그런 수빈이에게 도시락과 함께 웃음을 준 신기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맛있고 예쁘기까지 한 3천원 도시락을 만드는 태준이에게 도시락부 친구들이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남모를 가정사 때문에 상처가 있는 신기에게 밝은 에너지를 가진 수빈이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읽는 내내 자꾸만 부모의 마음이 되어 아이들을 응원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들, 그 고민을 혼자 끌어안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서, 서로 도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참 좋을텐데...

수빈이의 오빠, 수형이의 죽음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그래도 진실을 알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상처는 여전히 아프겠지만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을 거라고 믿습니다.

도시락부 아이들 덕분에 도시락 속에 담긴 인생 철학을 배운 것 같습니다.


"... 네모난 도시락 통. 도시락 싸기는 퍼즐 맞추기와 닮아 있다.

... 공간을 나누고 반찬을 놓는다. 무조건 채워 넣으면 안 된다. 서로 냄새가 섞이면 이상해지는 반찬은 반드시 따로 담는다. 오이와 계란말이 같은 것 말이다.

오이의 냄새가 그토록 강하다는 걸 도시락을 싸 보고서야 알았다. 김치 옆에 방울토마토를 놓는 것도 금지다. 빨간색 옆에 빨간색을 놓아서는, 방울토마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자잘한 도시락의 법칙들. 그 법칙들을 지키며 안을 채워 나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락은 엉망이 된다. 퍼즐 맞추기도 그렇다. 연결만 된다고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하면 손등이 붙은 괴물이 태어난다.

나는 어릴 적부터 퍼즐이나 숫자풀이가 좋았다. 열중하다 보면 기분 나쁜 일도 금세 잊어버렸다. 문제를 풀고 나면 기분이 좋았다. 풀지 못하면 풀 때까지 그 문제 생각에만 사로잡혔다. 그리고 생각하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도시락 싸기는 그 점에서 퍼즐과 다르다. 완벽하게 풀지 못해도 기분이 좋다." (224-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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