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 달고나 만화방
문보경 지음, 이응우 그림 / 사계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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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습니다.

디스토피아, 암울한 미래의 모습이 그림에서 확 전해져 옵니다.

<너의 목소리>는 사계절에서 출간되고 있는 '달고나 만화방' 시리즈로, 어린이 창작만화책이라고 합니다.

어린이 만화책이라고?

좀 놀랐습니다. 기존의 어린이 만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서.

만화 형식으로 표현되었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깊고 묵직합니다.

웃음기 싹 사라지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거대한 건물 안에 수많은 아이들이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이곳은 일류 학교입니다.

오늘 새로운 학생이 전학을 옵니다. 이름은 사나.

하지만 선생님은 사나에게 이름 대신 1748 이라고 부릅니다. 각자 자신의 번호가 적힌 자리에 앉아서 바른 생각 수업을 받습니다.

충격적인 건 아이들 모두가 입이 없다는 것.

학교라고 불리는 이곳은 아이들 모두가 가짜 목소리를 똑같이 내고, 매일 아침 약을 먹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프로그램된 바른 생각이 주입되어서 자신의 생각과 기억은 점점 사라집니다. 1748 은 수업 중에 자꾸만 딴 생각을 하여 벌을 받습니다. 그리고 0817 은 아예 말을 못 한다는 이유로 반성의 방에 끌려갑니다. 원래 밖에서 말 못 하던 아이도 여기서는 투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되는데, 유독 0817 은 기계를 바꿔도 말하지 못합니다. 혼자 캄캄한 반성의 방에 갇히게 된 0817 에게 망토를 쓴 미지의 존재가 말을 걸어옵니다.

"안녕? 나는 아시야. 네가 날 불렀어. ...  그동안 네 목소리를 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답답했지? 그래서 날 부른 거고.

... 네가 하지 않기로 한 거지. 목소리를 읽고 싶지 않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네가 원하는 대로 될거야." (26-27p)

학교 곳곳에는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있습니다. 바른 몸 수업은 총을 다루거나 격투 등의 군사 훈련처럼 보입니다. 어려운 훈련이라서 다치는 아이들이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어디론가 실려 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한쪽에 휠체어를 탄 T53M 에게 선생님은 걷지도 못하니 짐이나 나르라고 시킵니다. 학교 직원은 T53M을 보며, "너같이 약한 것들 때문에 귀찮아 죽겠다. 쓸모없는 녀석."이라고 말합니다. 뭘까요, 이 섬뜩한 분위기는...

전학생 1748 은 자꾸 지워지는 기억을 붙잡으려고 일기장을 펼쳐보지만 학교에서는 기억을 지우는 실험을 더욱 강화합니다. 1748 은 동생 온이를 찾으러 왔다는 기억은 떠올리지만 얼굴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득 한밤중에 잠이 깬 1748 은 깨어있는 0817 과 T53M 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과연 1748은 동생을 만날 수 있을까요?

감옥 같은 학교에서 목소리와 기억을 잃은 아이들이 고도의 훈련을 받는 장면들이 너무나 해괴망측합니다. 마치 아이들을 전투용 로봇으로 개조하는 공장 같아서 무섭기까지 합니다. 획일화된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 모습인지를 이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린이 만화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필요한 책인 것 같습니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이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각자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나와 너, 서로가 달라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면 용기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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