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잠> 2권을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보통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아~ 재미없구나'라는 신호로 여기지요.

하지만 단언컨대 <잠>은 그런 지루한 책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잠이 들었냐고 물으면 '나도 자크처럼 수면 6단계로 가고 싶다'라는 무의식적 욕구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정말 궁금합니다. 잠이라는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은 어떤지.

이제까지 살면서 수면 장애를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주 가끔 고민 때문에 생각에 꼬리를 무느라 뒤척일 때가 있었지만 대체로 베개에 머리를 대면 바로 잠드는 편이에요. 우스개 소리로 예전에 최면술사가 "레드썬!"하면 최면에 걸리던 사람처럼 잠드는 과정이 "레드썬!"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아무튼 중요한 건 그 어떤 경우든 꿈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거예요. 누구나 자는 동안 꿈을 꾼다는데, 제 꿈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모르겠어요. 일부로 꿈을 꾸고 싶어서 영화나 드라마 내용을 떠올리며 잠든 적이 있는데 꿈으로 연결되진 않더라고요.

만약 제가 <잠>의 주인공 자크처럼 잠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확신해요. 의식의 세계에서 찾지 못했던 답을 잠이라는 무의식 세계에서는 찾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처음에 <잠> 1권을 읽으면서 왜 스물여덟 살 자크의 꿈 속에 마흔여덟 살 자크가 나타났을까, 궁금했어요. 미래에서 온 '나'는 현재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어떤 영향을 줄까라는.

솔직히 말하자면 미래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바뀔 미래가 아니라면 미리 안다는 건 무의미하잖아요. 미래에서 온 자크도 위험하다는 경고만 했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크는 끔찍한 고문을 피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현재의 '나'를 과거의 '나'에게 보낸다면 마음이 살짝 흔들릴 것 같아요. 아무 도움은 안되겠지만 그냥 응원해주고 싶어요.  "넌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러니까 네 꿈을 포기하지 마."라고.

자크는 엄마가 평생 염원했던 비밀 프로젝트를 완수합니다. 꿈속 시간 승강기인 아톤을 발명해서 자신의 꿈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돼요.

여기에 핵심이 되는 열쇠가 바로 '클라인의 병'입니다.

마치 유리 공예를 하듯이 항아리의 주둥이를 길게 당긴 다음 구부려 항아리 옆구리에 박아 끼웁니다. 주둥이 관이 항아리 밑바닥과 합쳐져 통하게 만듭니다.

뫼비우스의 띠가 표면인 동시에 이면이 되는 것처럼 클라인의 병은 내부인 동시에 외부가 되는 겁니다.

시간 승강기 아톤은 뉴런 하나를 클라인의 병으로 바꾸는 원리입니다.

시간과 공간은 끝없이 팽창하는 공이 아니라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순간이 있다는 것, 바로.... 클라인의 병이 되는 순간.

꿈의 세계를 이용한 시간 여행.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달나라 여행을 꿈꾸던 상상력이 소설을 만들고, 훗날 우주비행이 현실이 된 것처럼.

저는 여전히 꿈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잠>을 읽는 동안 멋진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 내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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