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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평점 :
오랜만에 만나는 류시화님의 책이라서 무척 반갑고 좋았습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끌리는 책.
류시화님의 글은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자석처럼 저도 모르게 끌리는 마음.
그래서 그냥 좋습니다.
배낭을 짊어지고 훌쩍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있을 땐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네."라며 핑계를 대던 나에게 진짜 없는 건 시간도, 돈도 아닌 자신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음 속에 '나'라는 진짜 알맹이를 품고 있다면, 어디든 두려울 게 없을텐데...
그런 면에서 류시화님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언제든지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여행자.
그리고 이제는 압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이 더 중요하다는 걸.
지금 이 순간의 삶이 여행길이라는 걸.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책의 모든 문장마다 밑줄을 긋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 중 하나를 옮겨봅니다.
(305p - 308p)
죽음이 임박했을 때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스스로를 무 시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가슴이 원하는 여행을 하지 않은 것만큰 큰 실수는 없다.
남의 기준에 맞추고 사회의 암묵적인 동의에 의문 없이 따름으로써,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경험했을 더 많은 기쁨들을 스스로 놓쳐 버린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남자가 죽었다. 자신의 죽음을 알아 차렸을 때, 그는 신이 여행 가방을 끌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신이 말했다.
"자, 아들아, 떠날 시간이다."
남자가 놀라서 말했다.
"이렇게 빨리요? 난 계획들이 많았어요."
신이 말했다.
"미안하다. 하지만 떠날 시간이야."
남자가 물었다.
"그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나요?"
"너의 소유물이 들어 있지."
"내 소유물이요? 그 말은 내 물건들 ...... 옷과 돈, 이런 것들인가요?"
"그런 것들은 너의 것이 아니었어. 그것들은 이 행성에 속한 것들이지."
남자가 다시 물었다.
"나의 추억들인가요?"
"아니야. 그것들은 시간에 속한 것이지."
"내 재능들인가요?"
"아니, 그것들은 환경에 속한 것이지."
"내 친구와 부모 형제인가요?"
"아니야, 아들아. 그들은 너의 여행길에 속한 것이야."
"그럼 내 육체인 게 틀림없군요."
"아니, 아니야. 그것은 흙에 속한 것이지."
남자가 말했다.
"그럼 내 영혼인 게 확실해요!"
신이 말했다.
"슬프게도 넌 잊었구나, 아들아. 네 영혼은 나에게 속한 거야."
남자는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두려움에 떨며 신의 손에서 여행 가방을 받아 안을 열어 보았다.
가방은 텅 비어 있었다!
남자는 비통해하며 눈물이 뺨을 적셨다. 그는 신에게 물었다.
"난 아무것도 소유한 적이 없나요?"
신이 그에게 말했다.
"그렇다, 넌 아무것도 소유한 적이 없어."
남자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내 것은 뭐였죠?"
신이 말했다.
"너의 가슴 뛰는 순간들, 네가 삶을 최대한으로 산 모든 순간이 너의 것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