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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해줄까요 - 닥터 호르헤의 이야기 심리치료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지현 옮김 / 천문장 / 2017년 5월
평점 :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 때는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처음 보는 의사 앞에서 구구절절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게 아무래도 부담스럽다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나의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이 가질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사람이 또 있었네요.
바로 데미안.
데미안은 클라우디아의 추천으로 호르헤를 처음 만난 순간, 그가 일반적인 심리치료사가 아니란 걸 직감했습니다.
클라우디아의 말마따나 '그 뚱보는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어수선하다 못해 조금 지저분해보이는 호르헤의 진료실은 놀랍게도 따스하고 평온함이 느껴졌습니다.
호르헤는 아주 느긋하게 진료실 의자에 가부좌를 틀고 미소를 지으며 데미안의 두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습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말했습니다.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자, 이 책은 닥터 호르헤가 들려주는 이야기 보따리입니다.
아니, 정신과 의사가 치료는 안 하고 웬 이야기를 들려주냐고요?
조금 미심쩍더라도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호르헤가 혼자 떠드는 게 아니니까요.
먼저 데미안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다음에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면서 상담을 마치는 거예요.
가끔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도대체 뭘 말하는 건지 핵심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부아가 치밀어서 호르헤에게 불만을 터뜨려요.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 책은 '평범하게 불만 많고 고집 센 이 땅의 모든 데미안'을 위한 이야기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데미안에게 어떤 의미인가죠.
이야기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요. 지금 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수업이 아니에요.
이야기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맞추는 걸로 성적을 매기려는 게 아니거든요.
제발 부탁인데 내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 (97-98p)
그래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요. 억지로 교훈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그냥 느껴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놔두면 돼요.
현재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처럼 느껴지지만,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면 다르게 느껴져요.
진짜로 나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하나씩 생각해보는 거죠.
나와 문제를 별개로 나누어 보면, 문제가 더 쉽게 풀릴 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히려 나의 문제들이 또렷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호르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딱딱한 심리 치료가 아니에요.
이야기의 힘! 이야기 속에 깨달음의 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릴 수 있으니까, 그 순간을 즐기는 게 중요해요.
어떤가요? 뚱보 선생 호르헤의 이야기 하나 들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