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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관한 연구
안나 회그룬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우리학교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나에 관한 연구>는 열네 살 소녀 로사의 이야기입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저도 모르게 "헉!" 하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토록 거침없이 솔직하다니... 방심하다가 한 방 맞은 느낌?
왠지 속마음을 몰래 훔쳐본 것 같은, 묘한 민망함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성(性)에 관한 편견을 보여줍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성(性)은 감히 들여다볼 수 없는 성(城)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성(性)은 아름다운 것인데 왜 감추고 부끄러워할까요?
그건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性)은 늘 음지에 속해 있었으니까요.
사춘기 시절에 성교육이라곤 학교에서 알려주는 생물학 수준의 지식뿐이었고,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과 성적 편견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넌 여자애가 왜 그렇게 칠칠맞니?"
"남자애가 찔찔 짜기나 하고 부끄럽지 않니?"
점점 커갈수록 '나'라는 존재는 무시당한 채 주어진 성 역할에 충실하라는 압박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성적 구분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를 가진 인간입니다. 그러니까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기준은 없습니다. 누구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오로지 '나'로 살면 됩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먼저 사랑해줘야 다른 누군가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처음으로 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사춘기입니다.
아직 어른은 아닌데, 몸은 점점 어른처럼 변해가고, 사는 게 너무나 힘들어서 죽을 지경인데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 거기에다 주변 친구들까지 별로라면 최악의 상태... 누가 이런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열네 살 소녀 로사는 <나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혼자만 알고 있는 사춘기 소녀의 비밀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조언이나 충고가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장면은 첫 월경을 시작하게 된 로사를 위해서 축하 케이크를 함께 만듭니다.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이니까요. 로사는 이제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장해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로사는 진짜 한 단계 성장한 것입니다.
이 책은 사춘기 딸을 둔 부모님들께 강력추천합니다.
사춘기 딸이 말이 없어지고 혼자 방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너그럽게 봐주기.
어떤 사랑 표현에도 무뚝뚝한 딸에게 맘 상하지 않기.
그냥 말없이 안아주기.
아이가 커가듯이 사랑도 커져가면 이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