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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할게요
다빙 지음, 최인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세상에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죠? 그런 줄 알았어요.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우리는 때론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할 일들을 하느라 바쁩니다.
너무 바빠서 나중에는 진짜 뭘 하고 싶었는지를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맘껏 사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다빙.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중국 대륙을 유랑하며 노래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타칭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
소설이라지만 거의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세계는 넓고 이야기 있는 사람은 많다. 또 이야기 있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에게는 밝게 일렁이는 삶의 불꽃이 있다."
그래서 다빙의 책을 읽으면 일렁이는 삶의 불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순서로 보자면 <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할게요>라는 책이 먼저 출간되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두번째 책이 되었네요.
어떤 책을 먼저 읽든 상관 없습니다. 전부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어땠냐구요? 정말 고양이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가르릉 거리며 품 속에 파고드는 작은 고양이처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엄마가 준 마지막 선물인 아기 고양이, 야옹이 때문에 살 수 있었다는 가수 왕지양의 이야기는 가슴뭉클했어요.
"난 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야옹이 덕에 적어도 나쁜 사람이 되지는 않았어요.
...... 사실 나 같은 아이는 자포자기하고 막 살기 쉬워요. 우리 같은 아이를 구하는 방법은 실은 정말 간단해요.
아주 작은 온기, 그거면 충분해요. 그렇지 않나요?" (43-44p)
다빙의 작은 집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만남의 장소인 것 같아요. 어느날 다빙을 찾아온 중년의 부부는 뜬금없이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해요.
정확히는 부부가 아니라 그들의 아들 웨양을 도와달라는 거예요. 무슨 사연인가 했더니 유달리 착하고 일찍 철이 들었던 아들 웨양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노래가사를 많이 써 두었는데 그걸 반드시 다빙에게 전해달라고 했다는 거예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꼭 다빙에게 전해줘야 한다고.
그래서 웨양의 부모님은 다빙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찾아왔고, 유에스비를 건네주고 갔어요. 다빙은 웨양의 마지막 소원이 단순히 노래를 남기는 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유에스비 파일에는 숨겨진 문서가 또 있었어요. 그건 웨양의 진심이 담긴 마지막 편지였어요. 왜 부모님께 한 번도 부린 적 없는 떼를 써가며 '제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했는지 말이에요. 혹시나 자신이 죽고나서 부모님이 안좋은 마음을 먹을까봐, 사는 의미를 잃을까봐 걱정돼서 '소원'이라는 명분으로 두 분을 이 세상에 붙들어 놓으려고 했던 거예요.
웨양은 자신이 쓴 가사를 진짜 노래로 만드는 일뿐 아니라 여자아이를 입양해달라는 것,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를 꼭 길러달라는 것도 모두 부모님을 위한 부탁이었어요. 자신이 떠나고 난 뒤에 슬퍼할 부모님을 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선물을 남긴 웨양. 결국 웨양의 진짜 소원은 단 하나였어요.
'아빠 엄마, 잘 살아계셔야 해요.' (104p)
이토록 착한 아이가 이 세상에 머물렀었구나, 그래 넌 천사였는지도 몰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선량함은 타고난 것이고, 선의는 선택이라는 것을.
그리고 선의는 인간의 본성 중 언제나 가장 밝게 빛나는 면이라는 것을.
나는 이 사실이 죽음을 앞둔 열여섯 살 소년에게서 증명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는 별똥별처럼 져 버렸지만 선의로써 어두운 밤하늘을 한순간 환하게 밝혔다.
그렇다. 고귀한 인성이 사람에게서 발현되고 빛나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으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위대한 인물이 된다.
운명의 시샘 때문에 이 열여섯 살 소년은 위대해질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선의는 영원한 것이 되었다.
... 아주 평범하고 아주 착한 아이가 이 세상에 다녀갔음을 영원히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미타불 뽀뽀뽀. " (104 - 105p)
다빙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얼마든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다빙에게, "고마워요. 알게 해줘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