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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라이터즈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유명인의 자서전은 대필 작가의 작품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대필 작가의 존재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유령 작가.
자신이 쓴 글을 "내가 쓴거야."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
왜 이들이 존재하느냐고 묻는다면,
'돈' 때문에...
아무리 작가가 글로 먹고사는 직업이라고는 해도, 자신이 쓴 글 앞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없다면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은 글로 먹고 살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그러니 전업 작가로 성공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수준?
<고스트라이터즈>의 주인공 김시영은 현재 유령작가입니다. 4년 전 한 신문사와 출판사가 공동 주최한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대졸 백수에서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북 콘서트에서 시영은 작가로, 아리는 가수로 초대되어 처음 만났고, 이후 연인이 되었습니다. 스물여덟의 소설가와 스물다섯 인디 가수 아리는 두 번의 이별과 두 번의 재회 그리고 3년 9개월 만에 세 번째 이별을 했습니다. 그것으로 둘의 관계는 완전히 끝.
이상하게도 인생의 고비는 몰려오는 건지, 연인은 떠났고, 두 번째 소설은 쓰지도 못한 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유령작가 일을 하게 된 시영.
이카로스의 이름으로 나온, 그가 쓴 작품 <4시 44분>은 현재 인기웹소설 플랫폼에서 조회수 2위를 기록 중입니다. 문제는 이카로스의 갑질 때문에 쥐꼬리만한 원고료도 온갖 모욕을 당하며 겨우 받는다는 것. 속으로 아무리 고까워도 때려칠 수 없는 이유는, 그 놈의 돈 때문. 이카로스의 다른 유령작가 중 한 명인 성미은이라는 사람은 눈치도 없고, 실력도 딸리는지 매번 이카로스의 잔소리를 갑절로 만들어 시영을 속터지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취한 시영을 양복 입은 사내들이 납치해 데려간 곳은 영화배우 차유나의 사무실.
차유나는 시영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합니다. 그것도 과거가 아닌 미래 이야기를. 그러니까 자신이 캐스팅되고 싶은 이 감독과의 미팅이 다음 주에 있는데, 미리 상상해서 자신이 캐스팅되는 걸로 소설을 쓰라는 것. 그녀의 말로는 시영이 쓴 글을 자신이 읽고 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 너무나 황당한 얘기지만 차유나 측에서 천 만원을 제시하는 바람에 오케이하게 됩니다. 선금으로 삼백을 받은 시영은 그 길로 서점에 들러 못 사본 책들을 구입하고, 음반 매장에서 아리의 새 앨범까지 사게 됩니다. 밀렸던 월세까지 해결하고 나니 자존심을 회복한 시영은 그 길로 이카로스 사무실로 갑니다. 이제껏 원고료가 아닌 창작지원금이라며 제때 주지 않는 이카로스에게, 밀린 원고료 봉투를 받자마자 그 봉투로 뺨을 힘껏 때리며 복수합니다. 이부분에서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기분이 들었다가 다시금 돈이 뭐길래,라는 허탈함이 들었습니다.
차유나의 유령작가가 된 시영은 놀랍게도 자신이 쓴 대로 현실이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세상에서 자신의 유령작가를 찾기만 하면, 그가 쓴 대로 자신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노숙자 행색의 오진수가 시영을 찾아와 고스트라이팅의 비밀을 알려주며 경고합니다.
시영이 자신의 유령작가를 찾는 와중에 그의 고스트라이팅 능력을 알게 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큰손 강태한이 시영을 납치합니다. 강태한은 이미 유령작가를 통해서 승승장구해왔던 것. 문제는 그의 유령작가였던 오진수가 지금은 폐인이 되었다는 것.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영의 한 판 승부가 흥미진진합니다. 이 소설의 결말은 책으로 확인하시길.
제가 내린 결론은 '자신의 유령작가를 찾느라 헤맬 것 없다,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써나가라.'는 지극히 모범적인 교훈입니다. 하나 더, 작가는 글로 먹고 살지만,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