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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썸머 베케이션 ㅣ 살림 YA 시리즈
이희영 지음 / 살림Friends / 2017년 3월
평점 :
바닷가 마을에 사는 열여덟 하준이의 여름방학 이야기.
<썸머썸머 베케이션>은 뭐랄까, 청소년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느낌입니다.
우선 주인공 하준이는 평범한 고등학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나름 퀸카 예빈이에게 우연히 도움을 줬다가 얼레리 꼴레리 사귄다는 소문이 납니다. 웃긴 건 예빈이가 예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귈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 그래서 예빈이의 자존심을 팍팍 긁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귄다는 소문에 대해 서로가 굳이 해명하지 않은 채로 적당히 밀당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 중이니, 하준이의 입장에서는 예빈이와의 관계가 매우 껄끄러울 수밖에... 스스로의 오지랖을 후회하는 중.
어떻게 학교에서 제일 예쁜 여자애가 좋아하는데 이토록 무뚝뚝하게 굴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친구 민우의 반응...
글쎄, 알고보니 하준이의 마음 속에는 4년 전 슈퍼 아줌마 가게에서 본 소녀가 있었다는 것. 솔직히 객관적으로 외모가 예쁘다거나 몸매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 스치듯 본 그 여자애가 하준이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는 게 진짜 신기할 따름입니다. 정말 첫눈에 반한다는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하준이를 보니 풋풋하고 설렙니다. 암튼 하준이가 그 여자애를 처음 보자마자 좋아하게 된 건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누굴 좋아하는데 이유가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슈퍼 아줌마는 아주 옛날부터 하준이네 엄마가 미용실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하준이라는 멀쩡한 이름 대신에 '미용실 집 아들'의 줄임말인 '묭실이'라고 불렀습니다.
4년 전 그때, 서연이가 하준이를 처음 봤을 때 했던 말이 "고모, 쟤 이름이 묭실이야?"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한 마디에 하준이는 너무나 창피했는데 그와 동시에 평상 위에 누워 있던 그 아이의 얼굴이 마음에 새겨진 모양입니다. 당시에는 슈퍼 아줌마의 조카라는 사실 외에는 이름조차 모르던 아이였는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짓말처럼 생생하게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그 여자애가 바로 지금 슈퍼 아줌마 가게에 와 있습니다. 여름방학에 잠시 놀러온 줄 알았는데 아예 전학온 거라고.
묘하게도 예빈이와 하준이의 어정쩡한 관계가 새로운 인물 서연이의 등장으로 삼각 구도가 되어 흥미로워집니다.
그밖에도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 유명한 드라마 촬영장소가 되면서 들썩대더니 개발 붐이 일기 시작합니다. 변화가 시작되는 바람...
어찌보면 하준이네 가정사에서 바닷가 마을로 이사한 것은 대단한 변화였는데, 다시 십여 년 만에 그 마을 자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차갑게 변해버린 형은 공부에만 매달리더니 서울 명문대에 진학하여 집을 떠나 있습니다. 그런데 연락도 없이 형 동준이 여름방학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엄마는 늘 이기적인 형 동준이를 끔찍히도 챙깁니다. 형과 함께 있으면 하준이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번에도 형은 제멋대로 2주 후 군대를 간다고 엄마에게 통보합니다. 냉정한 형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하준이.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서연이가 하준이를 피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짧은 여름방학 동안에 참으로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집니다. 얼핏 평범해보이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하준이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푹 빠져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어쩐지 하준이가 살 것 같은 바닷가 마을에서 노을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캔 맥주를 마시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