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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법은 피도 눈물도 없다?
글쎄요,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하니까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과 증거만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라는 책을 읽고나니 법 너머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검사도 사람이구나. 죄를 지어도 사람이구나.'
이 책은 마흔네 살의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안종오'라는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아직 한 번도 검사를 만나본 적이 없지만 만약 검찰청에서 만난다면 결코 반가운 느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왠지 법조계 사람들은 매사를 논리적으로 따질 것 같고, 냉정할 것 같아서 아예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데도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일 것 같은, 느낌상으로는 사람이 아니라 사이보그 같은 이미지였다는 것이 제 편견이었습니다. 그건 직업의 특성상, 검사는 법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해자와 피의자는 약자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검사는 상처를 줄 수는 있지만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건 전혀 몰랐습니다.
검사가 해야 할 일은 법률과 판례 검토, 조사만이 아니라는 것. 그들 앞에는 삶과 죽음, 피해자와 피의자, 분노와 처절함으로 들끓는 인생의 도가니가 펼쳐집니다. 생각지도 못한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두렵지만 도망칠 수 없는 것이 검사라는 직업의 비애라는 것.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어디 쉽겠습니까.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함께 일하는 수사관들과도 과중한 업무 때문에 신경전을 벌일 때가 있고, 여러 상사들과 일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괜찮은 척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병, 공황 장애까지 앓았다고 하니...
그러나 훌륭한 검찰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신임 검사들을 가르치면서 검사로서의 비전을 배웠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우는 것은 그 인생이 우는 것이다."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검사가 되고 싶다." (35p)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자." (36p)
검사가 사건을 그저 수사 기법, 공판 기술로 바라보는 것과 사건에 담긴 인생을 바라보는 것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록만 보면 하나의 사건일뿐이지만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가슴이 아파올 정도로 눈물이 납니다. 섣부른 동정심은 금물이지만 진심은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가치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 건 공감과 용기입니다. 그는 검사로서,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완벽해보이진 않습니다. 가끔 실수할 때도 있고, 속을 때도 있다고 고백합니다.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모습이 멋집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완벽할 수 있겠습니까. 완벽한 척 하지 않고 자신의 민낯을 당당하게 보여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걸 느꼈습니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구나, 내가 아프듯 너도 아프겠구나... 그러니까 쓰담쓰담, 마음으로 안아주면서 살아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