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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 지음, 고원태 그림 / 해냄 / 2017년 2월
평점 :
나이들수록 솔직해지기가 어렵습니다.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냈다가 상처받은 기억 때문에...
그래서 적당히 남들이 원하는 대로, 그런 척 꾸미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가슴이 콱 막힌 것처럼 아플 때가 있습니다.
아파도 티내면 안 된다고, 징징대면 꼴불견이라고.
그런데 "징징거려도 괜찮아."라고 말해줍니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라는 책.
이 책은 심리기획자 이명수님의 심리처방전입니다.
일상의 지옥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지도이며,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여기 있게 됐는지 알려주는 메시지.
그건 바로 시(詩)입니다.
저자는 심리치유 관련 일을 하면서 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여러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시인은 불완전할 수 있지만 내게 시는 언제나 옳다." (8-9p)
"시인은 그 말끝에 자신의 시가 소외된 사람에게 뜨끈한 밥 한 공기 되진 못해도 그들을 기억하는 눈물 한 방울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공감과 통찰과 눈물과 아름다움이 있는 치유제 ... 마음 지옥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 (11p)
이 책에는 특별히 82편의 시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만히 소리내어 읽어봅니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 나에게 들려줍니다.
계속 걷게 하는 힘
「산속에서」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막무가내의 어둠속'이라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혼자인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 덕분에, 맞잡은 손이 있었기에 계속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일으켜세우는 그 모든 것들이 모두 시(詩)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오랜만에 솔직한 나를 마주한 것 같습니다.
나의 감정에 대해서 어떤 꾸밈이나 숨김 없이 그대로 드러낸다는 게 아직은 혼자 연습 중이지만 점점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프면 아픈대로, 약하면 약한대로 그게 내 마음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넘어지면 잠시 가만히 엎드려 있고
갑자기 눈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놔두면 돼요.
그러면 왜 그렇게 됐는지 알게 돼요.
잘 따져보면 전적으로 내 탓인 경우,
거의 없더라구요." (48p)
그러고보니 어릴 때부터 "울지마!"라는 말은 들었어도 "울어도 돼."라는 말은 못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는 게 뭐그리 큰 잘못이라고, 그렇게 울음을 참고 살았을까요.
그래서 요즘 물풍선마냥 톡 건드리면 왈칵 눈물이 쏟아지나봅니다. 한참 울고나니 저절로 웃음이 나는 건 왜 일까요.
아~~울다가 웃으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