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 살면서 늙는 곳, 요리아이 노인홈 이야기
가노코 히로후미 지음, 이정환 옮김 / 푸른숲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암보다 더 무서운 치매.

주변에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는 지인이 있습니다.

거의 10년이라는 세월을 집에서 간병하다가 결국 요양원으로 모셨는데, 그날 가족들이 펑펑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요양원으로 모셨지만 내심 죄책감이 느껴졌다고.

우리나라에 치매노인을 위한 요양병원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제가 직접 본 곳은 시설이 깨끗한 편이지만 갇혀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근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많이 생기고 있지만 뭔가 믿고 맡기기엔 꺼려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아마도 일부 요양시설에서 벌어진 노인학대 등 불미스런 뉴스의 영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치매 환자를 전적으로 가족이 돌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는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요양원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가노코 히로후미, 요리아이 노인홈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 잡지 <요레요레>의 편집자입니다. 그의 말마따나 전혀 아무 생각없이, 할 일 없던 사람이 '요리아이'와 인연을 맺게 된 겁니다. 그는 '요리아이'를 알기 전에는 더 이상 자신이 있을 곳은 없다고 여길 만큼 좌절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요리아이'의 치매잡지 <요레요레>의 편집자가 되면서 무엇에 홀린 듯 잡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요레요레'란 '비틀비틀'이라는 뜻인데 일단 재미있는 잡지를 만들어 흑자를 낸다는 게 목표라네요.  '밀려난 인간'이 만들어낸 '밀려나' 버린 사람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잡지 <요레요레> - 어떤 잡지일지 정말 궁금하네요.

암튼 이 책에는 '요리아이'가 치매노인을 맡아주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가는 집이 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왔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리아이 창립자 시모무라 에미코라는 분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흔히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도 점점 커지다보면 변질될 위험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시모무라는 올바른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그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기부금이 모아지는 건 강력하게 안 된다고 말합니다. "세상에는 받아도 되는 돈과 받아서는 안 되는 돈이 있어요!  그런 걸 이용해서 모금한 돈은 우리가 모은 돈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우리 힘으로 모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돈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아무리 멋진 건물을 지어 올린다 해도 의미 없는 돈으로 지은 건물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그런 일을 잘못 하면 우리는 잘못된 길로 가게 돼요.  (125-126p)

와우, 정말 감동입니다.

'요리아이'는 설립취지만으로도 감동인데 이후 후쿠오카 최초의 목조 2층 주택 특별 노인요양시설이 완공되는 과정은 더욱 감동입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일을, 모두가 함께 했기 때문에 이루어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요리아이'와 같은 곳이 생길까요.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노인홈.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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