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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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들었던 유머를 소개할까 합니다.


남편 : 우와~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아내 : 여보  내가 떠나면 어떻게 할거야?

남편 : 그런 거 꿈도 꾸지마.

아내 : 나한테 매일매일 키스해 줄거야?

남편 : 응 당연하지.

아내 : 당신 바람 필거야?

남편 : 아니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

아내 : 나 죽을 때까지 사랑할거지?

남편 : 응

아내 : 여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금슬 좋은 부부?

왜 이것이 유머가 되느냐는 반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 이번에는 아래에서 위로 읽어보겠습니다.


여보

나 죽을 때까지 사랑할거지?

아니 사람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

당신 바람 필거야?

응 당연하지.

나한테 매일매일 키스해 줄거야?

그런 거 꿈도 꾸지마.

여보 내가 떠나면 어떻게 할거야?

우와~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이럴수가, 허를 찌르는 반전 유머 아닌가요?

예전에는 그냥 가볍게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아주 긴 변명>을 읽고나니 섬뜩해졌습니다.

부부 사이가 이토록 극과 극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유머가 아닌 현실임을 알기 때문에...

유부남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도 그들에게는 사랑이겠지요.

한때는 사랑했던 여자와 남자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이제 사랑하는 건 네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붙잡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사랑이 이렇게 쉽게 변하는 거라면 우리는 왜 결혼하고 부부가 되는 걸까요.

참으로 사랑은 야속합니다.

아내가 죽었는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남편.

죽은 아내의 핸드폰에 남겨진 메시지 - '이제 사랑하지 않아. 털끝만큼도.'

물론 이 소설 속에는 냉정한 남편뿐 아니라 사랑밖에 모르는 순정파 남편도 등장합니다.

아주 긴 변명은 냉정한 남편의 몫입니다.

저는 마지막까지도 그의 변명이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차피 변명은 상대방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내는 결국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떠나버렸습니다. 그녀는 과연 행복했을까요.

겉보기엔 나무랄 데 없이 완벽했던 아내였지만 아내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어떠했을지가 궁금합니다.

떠난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다만 핸드폰에 남겨진 메시지 - '이제 사랑하지 않아. 털끝만큼도.'가 마음에 걸립니다.

정말 아무 미련없이 남편에 대한 사랑을 접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모두 메말라버린 공허함을 뜻하는 걸까, 알 수 없습니다.

그 어느 쪽이든 안타깝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한 명도 떠올릴 수 없다면...

이 소설은 아주 긴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한심한 남편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괜시리 심술이 납니다.

아내가 떠나고 한참 뒤에야 오직 아내를 생각하며 우는 남편이라니, 정말이지 한숨이 나옵니다.

어쩌면 제가 느낀 이 감정이 <아주 긴 변명>이 주는 반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아내를 혹은 남편을 사랑하며 삽시다. 그들은 취향따라 바꿀 수 있는 가구가 아닙니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입니다.

서로 뜨겁게 사랑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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