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 참 애썼다." (10p)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미처 몰랐던 나의 마음을 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인데 왜 자꾸만 마음이 흔들리지?'
오래 전 어느 겨울, 선배네 자취방에 놀러 갔을 때 마침 시골에서 선배의 어머니가 올라오셨던 이야기.
선배의 어머니는 자기 자식마냥 푸짐한 밥상을 차려 주셨고, 그뒤로 그분을 '엄마'라고 부르게 됐다고.
아홉 살에 엄마를 잃은 뒤로 '엄마'라는 말을 잊고 있던 저자에게 선배의 어머니는 진심으로 엄마가 되어주셨습니다.
매번 자식들에게 먹을거리를 택배로 부쳐주시면서 알뜰살뜰 챙겨주시던 엄마. 그 엄마를 뵈러 시골에 내려갔던 어느날, 엄마는 잔칫집에 다녀오셨습니다. 원래 술을 즐기지 않던 엄마가 그날따라 막걸리 몇 잔을 드셨던 모양입니다. 약간 비틀비틀 다가와 저자의 볼을 감싸더니 꺽, 꺽 우시면서, "늬 엄마가 살아 있었으면 더 잘해 줬을 텐데, 불쌍한 우리 딸......"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정을 드러내셨습니다. 꺽, 꺽 우셨다는 문장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 엄마......'
언제부턴가 '엄마'라는 말이 내게는 마음을 콕 찔러서 눈물을 쏟게 만드는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눈물의 의미는 뭐라고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냥 내 마음에서 흘러나온 거라서.
정희재님의 이야기는 이런 눈물을 닮아 있습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대단히 놀라울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살았던 게 아닌지... 힘들어도, 괴로워도 나는 어른이니까 참아야 된다고,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했던 건 아닌지...
정말 예상치 않은 순간에 눈물을 흘리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듭니다. 내 마음에게 솔직해진 것 같아서.
눈물을 흘리는 내가 너무 나약해보여서 싫었는데, 아주 가끔은 울어도 괜찮겠구나 싶습니다.
점점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흐르는 걸 보면 내 마음이 그동안 너무 많은 걸 담고 있었나 봅니다. 이제는 적당히 덜어내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소중한 나의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아낌없이 해야될 순간이 아닐까요.
"당신, 참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