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역사
마야 룬데 지음, 손화수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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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책.

엄청 두꺼운 책.

책을 펼치면 어느새 다 읽게 되는 책.

<벌들의 역사>를 읽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꿀벌이 사라진다면...

이 소설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세 명의 인물과 벌들이 등장합니다.

2098년 쓰촨성에 살고 있는 타오.

그녀는 남편 쿠안과 세 살배기 아들 웨이원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꿀벌을 대신해서 나무에 올라가 인공수분 작업을 합니다. 타오도 매일 열두 시간 이상 작업을 하느라 온몸이 욱신거립니다.

휴일은 매년 갑자기 찾아오는데 지도부에서 안내 방송을 통해 발표합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황금 같은 휴일날, 타오는 시내로 나가자는 쿠안에게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자며 소풍을 제안합니다. 늘 작업만 하던 숲으로 소풍을 간 타오네 가족. 쿠안이 깜박 잠이 들고 타오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사라진 웨이원.

도대체 웨이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1852년 잉글랜드 하트퍼드셔 메리빌에 사는 윌리엄 새비지.

한때는 촉망받는 과학자였으나 첫 강연에서 창피를 당하고 그곳에서 만난 여인 틸다와 결혼하여 일곱 명의 아이들을 둔 가장입니다.

하지만 그는 가장의 노릇은커녕 침대에 누워 무기력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메리빌 중심지에서 곡물 종자 가게를 하며 꽤 여유롭게 살던 윌리엄에게 의미 있는 일은 공부와 연구였으나 존경하는 람 교수에게 웃음거리가 된 후로 모든 게 변했습니다. 병 때문에 쓰러진 것이 아니라 비관, 비애, 우울이 그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삶을 포기한 듯 누워있던 윌리엄에게 누군가 가져다 놓은 책 한 권은 1806년 출간된 프랑스아 위베르 <벌의 자연사史에 대한 새로운 고찰>입니다.

그리고 아픈 이후로 한 번도 찾아온 적 없는 장남 에드먼드가 침실로 들어와 말합니다. "아버지도 이제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셔야 하지 않겠어요? .... 적어도 일어나려고 노력은 해보셔야 할 게 아닙니까?"

겨우 열여섯 살 아들의 말에 수치심을 느낀 윌리엄은 자신이 일어나려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고, 노력했다고, 자기에게 필요한 건 열정이라며 핑계를 댑니다.

그때 에드먼드는 아버지 가슴에 쇄기를 박는 한 마디를 던집니다. "열정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라 할 수도 없어요." (108p)

아들의 충격 발언으로 정신을 차린 윌리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다시 람 교수와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면서...

2007년 미국 오하이오 주 오텀힐에서 양봉업을 하는 조지.

아내 에마는 친구네 부부가 사는 플로리다로 이사가기를 원하지만 조지는 조상 대대로 이어온 양봉업 때문에 절대로 이사갈 생각이 없습니다. 하나뿐인 아들 톰은 양봉업에는 관심이 없고 글을 쓰면서 학업을 계속 하겠다며 대학교로 돌아가버립니다. 아들 톰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쓰지만 번번이 마음에도 없는 말들로 상처를 주는 조지.

그러던 어느 날, 벌집의 벌들이 모두 사라져버립니다. CCD ( Colony Collapse Disorder ), 즉 '군집 붕괴 증후군'으로 벌집에서 일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순간에재산과도 같은 벌들을 잃어버린 조지와 에마는 절망에 빠집니다. 사라진 꿀벌과 떠나버린 아들.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이 지구상에 살았던, 살고 있는 혹은 살게 될 사람들과 벌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로울 줄은 몰랐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2006년부터 꿀벌의 집단폐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만 꿀벌의 급감이 생태계와 인간의 삶에 어떠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대로 인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심각성을 인식하기도 전에 모든 꿀벌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벌들의 역사>는 타오와 윌리엄, 조지의 삶을 통해서 인류와 공존하는 꿀벌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꿀벌이 모두 사라진 세상은 디스토피아입니다.

삶을 포기하려 했던 윌리엄에게는 딸 샬럿이 곁에 있었듯이, 조지에게는 길들여지지 않는 꿀벌 같은 아들 톰이 있습니다. 타오의 목숨 같은 아들 웨이원처럼 우리에겐 소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꿀벌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존재라는 걸, 다시금 알게 해준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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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물고기 2019-11-3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들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책.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발암을 일으키는 주인공들 때문에 몇 번 심장을 부여잡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