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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평점 :
한 번 상상해보세요.
새해 첫 날. 1월 1일 오전 7시 12분.
길가에 세워둔 당신의 자전거 손잡이에 검은색 가방이 걸려 있습니다.
뭐지, 궁금한 마음에 가방을 열어보겠지요.
그 안에는 남색의 두꺼운 책 한 권이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가죽표지는 흰색 바느질 땀으로 장식되어 있고 똑딱단추까지 달려 있는 다이어리.
자,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가방 속에 들어있는 다이어리를 발견했다면 당신을 펼쳐 보실 건가요?
이 소설은 새해를 맞이한 우리들을 위한 선물입니다.
선물을 마다할 사람은 없겠지요.
≡ 당신의 완벽한 1년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만년필로 쓴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보통의 다이어리와는 달리 이름도, 주소도 없습니다.
몇 장을 넘겨보니 이제 막 시작된 새해 1월 1일이 적힌 곳에 다음의 글들이 적혀 있습니다.
≡ 1월 1일
우리는 인생의 날들을 늘릴 수는 없지만,
그 날들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다.
- 중국 격언
≡ 12시까지 푹 자기. 침대 위에서 H와 함께 아침식사 하기. 알스터 호숫가를 산책하고 알스터페를레에서 글뤼바인 마시기.
● 오후에 할 일 : DVD 연이어 보기,
볼만한 영화 - P.S. 아이 러브 유
- 버킷리스트
- 노트북
- 양들의 침묵
● 대안 : 남과 북 모든 시리즈
● 저녁에 할 일 : 방울토마토와 파마잔 치즈를 곁들인 파스타 & 와인 먹기
● 밤에 할 일 : 꼭 껴안기, 별 보기, 소망 속삭이기
이 다이어리는 1년 365일, 각 날짜마다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리 쓴 일기인 거죠.
어떻게 해야 완벽한 1년을 보낼 수 있을지를 적은 겁니다. 언뜻 봐도 굉장히 소소한 일상입니다.
그냥 침대에 뒹굴대다가 DVD 로 영화보는 일은 굳이 계획하지 않아도 언제든 할 수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런 다이어리를 쓴 것일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근래 TV에서 본 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내게 남은 48시간>
가상의 죽음을 설정하고 자신에게 남은 48시간을 각자 나름대로 보내는 내용입니다. 방송이라서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닐까 싶었는데 묘하게 몰입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알고 준비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다른 누군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도 출연자에게 노트 한 권을 줍니다. 자신만의 해피 엔딩을 적을 수 있는 노트.
쉽게 말하자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버킷 리스트를 적는 노트인 거죠.
이성이 감성을 앞서는 분들이라면 이 TV 프로그램보다는 <당신의 완벽한 1년>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바로 이 소설 속 주인공 요나단만큼 깐깐하고 건조하게 사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만약 요나단이었다면 이 책 속 몇 군데 오타를 그냥 넘어가진 않았을 겁니다.
"친애하는 편집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인사를 전하며
<당신의 완벽한 1년>에서 발견한 오류를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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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 페이지 일곱 번째 줄에
"한나 혼자만 좋은 책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었다." 가 아니라 "한나 혼자만 좋은 책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었다."가 맞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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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단 N. 그리프"
뭔가 기본에서 벗어나거나 잘못되면 못견디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가 완전히 변했습니다.
한 권의 다이어리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니 너무나 놀랍습니다. 그는 더 이상 누군가의, 어떤 것의 오류나 잘못을 지적하지 않습니다. 대신 좀더 행복한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게 더 좋으니까요. 남들 보기에 완벽했던 삶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진 삶이 더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우리에게 완벽한 시간이란 바로 지금 이순간, 행복을 느끼는 지금.
<당신의 완벽한 1년> 이라는 책이 저 혼자만 좋은 건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