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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5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ㅣ 역사 ⓔ 5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EBS <역사 ⓔ> 시리즈 다섯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여겼던 역사를 말랑말랑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준 EBS <역사채널>.
방송으로 보는 재미도 있지만 책으로 보는 건 또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새삼 이 책을 보면서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역사 속 이야기가 이렇게 많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면 알수록 역사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됩니다.
동양인 최초로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인물, 한국 최초의 여성 경제학사 최영숙.
당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금의환향했지만 식민지 한국의 여성이었던 최영숙에게 그 어느 곳도 일자리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서대문 밖 교남동 큰 거리에서 점포를 빌려 배추, 감자, 미나리, 콩나물을 팔며 힘겨운 생활을 하다가 결국 귀국한 지 5개월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물이었으나 식민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최영숙의 죽음은 너무도 안타까운 시대적 비극이었습니다.
"돈! 돈! 나는 돈의 철학을 알았소이다." - 최영숙
고국에 돌아와 살아 있는 경제학을 실천해보려 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당장 일자리를 구해야 했던 현실.
차가운 현실 앞에 꺾여버린 청춘, 27년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1932년 4월 23일.
세월이 흘러 2016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한국과 일본은 참으로 질긴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역사적 심판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독도 문제일 것입니다. 일본은 우익학자들이 황당한 주장으로 원래 한국의 영토인 독도를 자꾸만 영토분쟁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조작을 밝혀 낸 인물은 놀랍게도 일본인입니다. 일본 교회의 목사 우루시자키 히데유키가 호리 가즈오 교수의 논문을 통해 <태정관 지령>의 존재를 알게 됐고 직접 일본 국립 공문서관에서 <태정관 지령>의 첨부지도 <기죽도약도>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제작된 두 장의 지도에 죽도(울릉도)와 송도(독도)를 조선 영토와 같은 색으로 채색했다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우리가 자기 인생의 역사를 지울 수 없듯이
국가도 스스로 나라의 역사를 지울 수 없다." - 우루시자키 히데유키
우뚝 솟은 뿔, 부릅뜬 눈, 긴 엄니, 허리에 두른 짐승 가죽, 손에 든 철퇴 그리고 원색 피부의 주인공은 바로 도깨비입니다.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도깨비의 모습이 사실은 우리나라 도깨비가 아니라 일본의 요괴 오니라고 합니다. 어쩌다가 일본 요괴가 우리나라 도깨비로 둔갑한 것일까요.
그건 일제강점기 교과서에 실린 도깨비에서 유래됩니다. 조선의 민담을 연구하던 일본인 학자들은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일본의 고부도리지이상과 동일한 내용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내선일체의 도구로 활용합니다. 그러면서 도깨비의 외모뿐 아니라 속성마저 바꾸고 왜곡하여 교과서나 전래동화에 삽화로 넣는 바람에 지금까지 잘못 전해진 것입니다. 한국의 도깨비와 일본의 오니는 얼마나 다를까요. 우리의 도깨비는 뿔이 없고 온몸에 털이 났으며 큰 덩치에 누렁이 냄새가 나며 바지저고리에 패랭이를 쓰고 다닙니다. 손에는 나무방망이를 쥐고 다닙니다. 무엇보다 도깨비는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장난을 쳐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착한 사람을 도와 부자로 만들어주거나 어리숙한 면이 있어서 인간의 꾀에 속아 넘어갈 때도 있는 매우 인간적인 도깨비입니다. 반면 일본의 오니는 인간을 괴롭히고 재앙을 가져다주는 악귀입니다. 하나 혹은 두 개의 뿔이 달려 있고 커다란 몸집에 털이 많고 손에 망치나 도끼, 철퇴를 들고 있습니다. 마치 일본 도깨비 오니는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을 상징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도깨비의 모습을 찾고 싶습니다. 스위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집단으로 전승되는 신화와 전설, 민담을 옛 조상들이 경험했던 의식들이 쌓인, 집단 무의식의 원형이 녹아든 지혜의 보고로 분석했습니다.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면 금은보화가 뚝딱! 착한 사람에게 복을 주고 나쁜 놈은 따끔하게 벌을 주던 도깨비. 우리 도깨비의 본모습 찾기야말로 일본에 의해 왜곡된 한국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