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2 (2017 플래너 세트) - 그리고 누군가가 미워진다, 177 true stories & innocent lies 생각이 나서 2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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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작가의 <생각이 나서> 두 번째 책입니다.

진실과 가상의 이야기들...

누군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이 듭니다. 은밀한 듯 때로는 거리낌없이, 아마도 이 묘한 느낌이 나를 잡아끄는 것 같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 홀로 친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적어도 내 입장에선 그의 생각을 알게 된 거니까. 그의 생각들이 슬그머니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많은 생각들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봅니다. 211페이지에서 213페이지까지.

6월 12일

번역, 사람도 그렇다.

...

마음을 들이고 시간을 들이면 난해하게 생각되었던 언어와 행동과 문맥이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진다.

물론 그 그림이 항상 맞는 건 아니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번역은 번역이다. 오류도 있을 테고, 옮기는 과정에서 미처 드러나지 못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사람도 그렇다.

때로 난해한 문장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아주 쉬운 하나의 문장, 심지어 하나의 단어 같은 것이다. 한영사전, 영영사전, 한자사전과 구글까지 뒤져도 딱 들어맞는 우리말을 찾아낼 수 없을 때가 있다.

사람도 그렇다.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오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문장과 단어를 내 식으로 번역하는 것뿐.

나는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

김욱동이 번역한 민음사의 <위대한 개츠비>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 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김영하가 번역한 문학동네의 개츠비, 첫 문장은 이렇다.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 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김석희가 번역한 열림원의 개츠비는 이렇다.

내가 지금보다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리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하나 해주셨는데, 그 충고를 나는 아직도 마음속으로 되새기곤 한다.

피츠제럴드의 원문은 이렇다.

In my younger and more vulnerable years my father gave me some advice that I've been turning over in my mind ever since.

좋은 책은 여러 버전의 번역본이 나와야 한다는 하루키의 말에 동감한다.

황경신 작가는, 아마 이렇게 번역했을 거라고 말한다.

쉽게 상처받던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 하나가 언제나 내 마음속을 맴돌고 있다.

나라면 어떻게 번역했을까, 이래저래 생각하다보니 <위대한 개츠비>의 한 문장이 계속 내 마음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습니다. 멋지게 번역하지는 못해도 문장의 의미를 곱씹으며 나만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는 있습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쉽게 상처받을 정도로 마음이 여리고 예민하지, 그러니까 유독 그때 아버지가 나를 위해 해준 조언이 마음속에서 일렁대는 게 아닐까. 도대체 그때 아버지가 내게 해 준 말이 무엇이길래 마음속을 일렁이게 하는 걸까. 어떠면 그 말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말을 했던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나도 그렇습니다. 황경신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생각들을 내 식으로 번역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의 번역이든 계속 음미하다보면 가장 원문과 비슷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아니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생각도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당신의 생각에 맞장구치고 싶어질 때, 그 순간만큼은 당신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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