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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불멸주의자 -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셸던 솔로몬.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죽음 그 자체보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인식이 인간 존재 핵심에 존재하는 고뇌이다.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불멸 추구의 길로 이끈다." (200p)
사회심리학적으로 바라본 죽음.
이 책은 세 명의 실험사회심리학자가 인류학, 고고학 등 타 학문 분야가 발견한 사실들을 망라하며 과거, 현재를 가리지 않고 관련 사례들을 살핀 결과를 토대로 공포 관리 이론과 연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평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명제가 우리가 의식하든 아니든 '죽음에 대한 인식'으로써 우리 삶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공포 관리 이론과 연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건 이 공포가 원래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문화적 세계관이 죽음의 공포로부터 인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호한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존감은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어떤 공포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인간이 자존감을 세우는데 높은 기준을 갖는 건 문화적 영향 때문이며 자존감 추구는 인간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의 이면에 존재하는 원동력입니다. 때로 자존감 욕구는 성공 욕구를 능가합니다. 자존감은 심리적 안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자신이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존재라는 자각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인간의 진화와 역사에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죽음의 인식은 인간의 초기 발달 단계에서 자의식이 급성장할 때 부산물로 생기면서 삶과 죽음을 통제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사용되었고 인류의 급진적 진화을 재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문화권에서 죽음을 초월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실제 불멸성과 상징적 불멸성을 추구하는 것. 실제 불멸성이란 사람이 결코 육체적으로 죽지 않는다거나 자아의 어떤 핵심적인 부분은 죽은 후에도 살아남는다고 믿는 것입니다. 상징적 불멸성이란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자신의 정체성 중 일부 또는 자기 존재를 상징하는 유물이 계속 전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불멸의 추구는 사후 세계와 영혼에 대한 믿음, 고대의 연금술 그리고 노화 연구 및 냉동보존같은 사후 소생 기법과 같은 현대의 과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역사와 과학, 인문학, 수많은 실험 결과를 통해서 죽음이 인간 경험의 핵심적 고뇌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불가피한 사실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이란 공포 관리 관점에서 죽음에 대해 인식하고 수용하기와 죽음을 초월한다는 감각을 파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강화하기라고 합니다. 알베르 카뮈는 <작가 수첩>에서 "죽음과 타협하라. 그러고 나면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라고 썼습니다. 이것이 슬픈 불멸주의자가 내린 결론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슬픈 불멸주의자가 아닐런지... 이제까지 은연중에 피했던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진지한 고찰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만의 세계관을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