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의 감자 리틀씨앤톡 그림책 21
숑레이 글, 루신.한옌 그림, 조윤진 옮김 / 리틀씨앤톡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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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에는 누가 살까요?

음, 슬쩍 그림책 표지를 보세요.

두더지!

맞아요. 그리고 두더지가 붙잡고 있는 저건 무엇일까요?

우리가 평소에 삶아먹고 조림해서 먹는 건데....

그렇죠~ 감자!!

도대체 두더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아이들의 그림책을 보면 매우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놀라운 의미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우리 아이는 이 책을 펼치자마자 혼자 사는 두더지가 외로워보였나봐요.

왜 혼자 살까, 친구들은 어디있지...

그런데 주인공 두더지는 하루종일 끊임없이 땅을 파고 있어요. 신나게 놀 수도 있고, 뒹굴뒹굴 쉴 수도 있는데 말이죠.

두더지가 열심히 땅을 파는 이유는 두더지 아가씨에게 가져다 줄 보물을 찾으려는 거에요.

드디어 두더지가 발견한 것은 작은 감자 한 알이에요. 살며시 만져보니 감자가 가만히 숨 쉬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 순간 두더지는 난생 처음 자기 것을 가졌다는 기쁨을 느꼈어요. 두더지의 가슴속에서 자그마한 희망이 피어났어요.

그때부터 두더지는 감자를 애지중지 보살펴줬어요. 마치 아기처럼 말이죠.

우르르 쾅쾅!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먹어대는 딱정벌레의 공격에도 용감하게 맞서 싸워서 감자를 지켜냈지요.

무럭무럭 쑥쑥 자라난 감자는 두더지보다 훨씬 커졌어요. 이제는 두더지 아가씨에게 감자를 보여줘도 될 만큼 커졌어요.

두더지는 드디어 두더지 아가씨의 집을 찾아갔어요. 그 곳에는 이미 많은 두더지들이 다이아몬드, 황금, 석유를 가져와 아가씨에게 선물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물건이 더 값비싸다며 목소리를 높였어요. 주인공 두더지도 구멍을 뚫고 걸어나왔어요. 하지만 빈 손이었죠.

"당신은 도대체 뭘 가져왔나요?"

두더지 아가씨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어요.

"여기까지 가져올 방법이 없었어요."

두더지가 안절부절못하며 대답했어요.

"왜냐하면 그건 생명이 있거든요. 정말 커다란 감자예요!"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어요.

다른 두더지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요.

"방금 뭐라고 했어? 감자라고?"

모두가 큰 소리로 비웃기 시작했어요.

마치 서커스의 어릿광대를 보듯이 말이에요.

실망한 두더지 아가씨가 두더지에게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왜 그랬나요?

보잘것없는 감자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말이에요.
두더지는 그제야 알게 됐어요.

모두가 자신의 감자를 하찮게 여긴다는 것을 말이에요.

여기까지 읽었을 때 무척 걱정이 됐어요. 주인공 두더지가 실망하고 슬퍼할까봐.

원래 보물을 찾으려 했던 이유는 사랑하는 두더지 아가씨를 위해서였으니까요. 자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려던 두더지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우리 주인공 두더지처럼 살다보면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않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을 때가 있지요. 그럴 때는 아마도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 혼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느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거에요.

그런데 다행히도 두더지는 더욱 쑥쑥 자라는 감자를 보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어요.

'이건 내 감자야. 누가 뭐래도 이 감자는 나의 희망이라고.'

두더지의 마음속에 용기와 기쁨이 다시 샘솟았어요.

와우, 주인공 두더지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주변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니까요.

점점 커져가는 감자와 함께 두더지의 희망도 점점 커져가던 어느날, 푸슈슉 하는 소리와 함께 감자가 땅 속을 빠져나갔어요.

두더지는 허겁지겁 뛰어올라 얼른 감자의 수염뿌리를 붙잡았지요. 그리고 감자와 함께 땅 위로 솟아올랐어요.

이럴수가, 한 농부가 막 뽑은 감자를 손에 들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두더지가 "내 감자"라고 외쳐댔지만 둘러보니 그 곳은 농부의 감자밭이었어요. 농부의 발밑에 놓인 커다란 바구니 안에는 감자가 가득했어요.

이제 남은 건 쓸쓸한 두더지와 텅 빈 구멍뿐.

이것이 끝이냐구요?

아니오. 두더지는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감자를 잃었지만 울지 않았어요.

왜냐구요? 태어나 처음으로 햇빛과 햇빛 아래 반짝이는 꽃, 나무와 풀밭을 보았으니까요.

두더지는 갑자기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나도 무언가를 찾을 수 있겠지? 아마도 다음번에는 말이야."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두더지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과연 우리는 두더지처럼 감자라는 희망을 한순간 빼앗겼을 때 이겨낼 힘이 있을까요?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가 품고 있던 희망이 마치 두더지의 감자처럼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빼앗기는 순간이 있을 거에요. 중요한 건 두더지의 감자처럼 내 것이라고 여기는 감자가 아니라 무엇이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인 것 같아요. 누가뭐라고 하든 두더지에게는 감자가 제일 훌륭한 보물이었듯이 말이죠.

지금 자신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감자가 무엇인가요?

아이의 그림책을 보면서 엄청 큰 감동을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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