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추천도서] 도둑맞은 가난
박완서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이 가을에 문득, 반갑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네요.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렇게 보고 또 보는 것으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봅니다.

<도둑맞은 가난>은 단편집입니다.

"상훈이가 오늘 또 좀 아니꼽게 굴었다......"로 시작하는 이야기.

주인공 '나'는 가난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살고 있는 여성입니다.

달동네 단칸방에서 돈 몇 푼 아껴보자고 남자에게 동거를 제안합니다.

그 남자가 바로 상훈이.

말끔하게 생긴 녀석을 처음 만난 건 오 원짜리 풀빵을 굽는 포장 친 구루마 앞.

길거리에서 파는 풀빵을 종이냅킨에 곱게 싸서 먹은 뒤 그 냅킨으로 입언저리를 자못 점잖게 꾹꾹 눌러 닦던 모습을 꼴불견이라 여겼던 게 첫인상.

그런데 반대로 상훈이도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

허겁지겁 풀빵을 먹는 '나'를 보곤 "너 그렇게 먹고도 목 메지 않니. 어디서 차나 한 잔 사 줄까?"라는 수작에 얼마나 웃음이 났는지.

그 이후로 이 얼간이가 마음에 들어서 저도 혼자 살고 나도 혼자니 같이 살자고 꼬드긴 것.

진심은 상훈이가 좋았던 건데 자존심 때문에 제가 먼저 좋아한다 고백하길 기다리는 중.

뭔가 어리버리한 상훈이와의 동거는 주인공 '나'의 가난을 견디게 하는 힘인지도 모릅니다.

가난.

지독한 가난.

가난의 비극.

아버지의 회사가 망하면서 시작된 가난을 어머니는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주인공인 내가 일하러 간 사이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네 식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오빠들.

가난 속에서도 아둥바둥 살아보려는 막내딸을 버려두고 떠났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인데

주인공 '나'는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살아야 되니까.

그러다가 상훈이를 만났고, 혼자 산다기에 나와 같은 고아인 줄 알고 동거하자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요즘 세상이라면 주인공의 이런 모습이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만

70년대였으니 주변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상훈이가 아직까지 나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안 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까지는 가난이고 뭐고, 과거의 비극이고 뭐고, 조금은 달달한 로맨스를 꿈꿀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전은,

상훈이 녀석입니다.

주인공 '나'의 가난은 도둑맞았습니다. 못된 도둑놈.

2016년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난마저도 모조리 도둑맞는 세상. 징글징글한 세상.

오 원짜리 풀빵은 천 원이 되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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