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이올렛 아워 -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삶의 마지막 순간
케이티 로이프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어스름 노을이 지는 골목길.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
이제 놀이를 끝낼 시간.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
<바이올렛 아워>는 죽음에 관한 책입니다.
'바이올렛 아워(The Violet Hour)'라는 책 제목은 T.S.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따온 것이다.
<황무지>는 내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에서 찾아낸 아름다움과 강렬함, 즉 황혼의 깊은 울림을 완벽하게 묘사한 시다.
또한 코앞에 닥친 죽음을 다양한 목소리로 격정적이며 애절하게 노래한 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시에서 '바이올렛 아워'는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바다로부터 어부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저녁 시간을 뜻하는 말로,
내가 이 책에서 묘사하려는 미묘한 시간의 감정들 - 우울함, 막연한 기대감, 괴로움 - 이 잘 녹아들어 있다." (31P)
이 책의 저자 케이트 로이프는 어린 시절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고 그때부터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의사인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깊은 상실감과 두려움에 빠집니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몰두했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똑바로 응시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죽음을 보아야 할까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섯 명의 죽음을 보여줍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미국의 사상가 수전 손택,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존 업다이크, 영국의 천재 시인 딜런 토머스, 그림책의 피카소라 불리는 모리스 센닥. 위대한 작가들의 마지막 순간을 추적하면서 그녀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죽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고.
아무리 위대한 인물도 죽음 앞에서는 한낱 꺼져가는 생명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끝까지 저항하든지 그건 각자의 선택입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오히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됐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가장 본연의 '나'를 드러낸다는 것.
가장 인상적이며 공감되는 건 프로이트가 1915년 발표한 논문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고찰>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 요컨대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부인할 수 없는 것이며 피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을 한곳에 치워 두고 삶에서 지워 버리려 했고, 감추려고 애썼다. ...... 따라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무의식에서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불멸을 확신한다." (57p)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죽음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 책을 덮으면서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집 앞 골목에서 신나게 놀던 그 때의 모습.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뛰어놀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나. 어쩌면 죽음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