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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 제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7
신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 시절의 별명이라고 하면 친구끼리 친밀감을 표현하는 방식인 줄 알았는데...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그냥 별명만 봤을 때까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들의 세계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약간 '동물의 세계'를 보는 느낌입니다. 먹이사슬 최상위에는 피제이가 있습니다. 피제이 밑에는 까마귀가 있고 그 까마귀에게 당하는 존재가 바로 '나', 따까리가 있습니다. 체육복 대신 빌려오기, 매점 심부름 등등. 말로는 친구 운운하지만 노예처럼 부려먹는 못된 까마귀 놈 때문에 학교생활이 고달픕니다. 쭈쭈바는 적당히 까불대며 눈치가 빨라서 직접적으로 당하는 일은 적지만 무시당한다는 점에서는 따까리와 똑같은 처지입니다.
절대로 바뀔 것 같지 않은 먹이사슬 구조를 흔들어놓은 것이 전학생입니다. 겉보기엔 비실비실 따까리와 동급인데 하는 짓이 요상해서 미친놈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미친놈은 자신의 별명을 절대 인정하지 않고 그냥 전학생임을 강조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학생회장 선거에 전학생이 출마한 것입니다. 피제이는 자신이 당연히 학생회장이 될 거라고 자신했는데 미친놈이 전학와서 대결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골치 아파집니다. 전학생이 진짜 격투기를 배운 실력자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피제이에게 엄청 맞아서 피까지 흘리면서도 끝까지 폭력을 쓰지않고 당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제 분을 견디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피제이야말로 미친놈처럼 보입니다. 다소 무모해보였던 전학생의 용기 덕분에 로댕과 신가리까지 우리편이 되었습니다. 먹이사슬의 최하단에서 외롭게 쫓겨다녔던 따까리에게 우리편이라니... 낯간지럽게 우리편이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전학생은 따까리를 구원하는 영웅은 아니지만 진짜 친구라는 것.
이 소설은 제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솔직히 청소년문학이라는 장르가 왜 따로 있어야 하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청소년이라서 청소년소설이라면, 주인공이 노인이면 노인소설로 분류해야 되나요? 그냥 문득 떠오른 궁금증입니다. 제게 있어서 성장은 청소년기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매순간 있습니다. 괜히 뭔가를 규정하고 분류하는 것 자체가 차별처럼 느껴지는 걸 보면 저는 아직도 사춘기 때 반항기가 남아있나봅니다. 또 한가지 괜한 트집을 잡아보자면, 수상작품이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에 함께 실리는 심사평이 영 불편하다는 겁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있는 그대로 작품을 즐기고 싶습니다. 왜 이 소설이 우수한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것인지는 알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읽지 않으면 될 것을 이토록 주절주절 이야기할 건 또 뭐냐고 따진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냥 싫은 건 싫다고 떠들고 싶었습니다. 따까리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했나봅니다.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따까리에게 뭔가 반전이 일어나길 바랐는데 아니어서 살짝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따까리 화이팅!!!
이래서 소설을 쓰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마음대로 그려낼 수 있으니까요. 안타까운 건 머릿속으로 그리는 게 글로써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소설을 쓰는 대신 소설을 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