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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끝없는 도전 - 그들은 왜 교육개혁을 멈추지 않는가
파시 살베리 지음, 이은진 옮김 / 푸른숲 / 2016년 6월
평점 :
언젠가 '한국인의 영어'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왜 한국인은 영어를 못할까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상반된 사례로 핀란드가 소개되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기자 행세를 하며 영어 인터뷰를 시도했더니 열이면 아홉이 피하거나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핀란드에서는 무작위로 길거리 영어 인터뷰를 했더니 대부분의 시민들이 편안하게 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광장에 있는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팔고 있는 음식 레시피를 물었더니 영어로 설명하는데 막힘이 없었습니다. 영문학교수와 영어교육 전문가에게 핀란드에서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줬더니 문법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아도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처럼 학교에서 외국어 수업으로 영어를 배우는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핀란드의 교육이 어떻길래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요? 핀란드도 과거에는 우리나라처럼 문법 위주, 시험 위주의 영어교육을 했는데 지금은 실용 영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 교육만 받아도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2~3개 정도는 할 줄 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본 다큐의 내용이었습니다. 핀란드의 영어교육을 단편적으로 본 것입니다.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은 파시 살베르그가 말하는 핀란드 교육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OECD 정책 분석가, 세계은행 교육 전문가, EU 집행위원회 교육 전문가,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 헬싱키대학교와 오울루대학교의 겸임 교수입니다. 20여 년간 교육 행정가로 일하면서 세계 각국의 교육정책을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핀란드가 이뤄낸 놀라운 교육 개혁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파시 살베르그는 성공한 공교육 개혁의 산증인입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현재까지 핀란드의 30년 간 교육개혁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교육정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좋은 교육을 받은 국민이 많아져야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보편적인 접근성과 통일된 교육과정을 갖춘 종합학교 모델을 부활시킨 것입니다. 당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초등교육과정위원회입니다. 핀란드에서는 교육제도의 완전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정치적 합의를 이뤄냈고 그 결과물이 교육위원회입니다. 이들은 교육정책 입안을 위해 철저한 조사연구를 했고, 학교프로그램위원회는 200번의 논의를 거쳤습니다.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합니다. '핀란드 교육개혁'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서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교육의 핵심 가치에 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핵심 질문은 "모든 아이가 똑같이 교육받고 비슷한 학습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한가?"였습니다. 분명 회의적인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치열하고 꾸준한 논의 끝에 새로운 교육제도 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바로 '페루스코울루'라는 새로운 종합학교입니다. 통합된 공립학교에서 모든 아이를 똑같이 가르치게 된 것입니다. '페루스코울루'는 기존의 중등학교와 공민학교, 초등학교를 9년제 공립 종합학교로 통합한 것으로 거주지나 사회경제적 배경 등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적용됩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 더 놀라운 점은 종합학교 개혁을 통해 새로운 사범교육개혁까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교육제도만 바꾼 것이 아니라 그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교사들의 환경까지 변화시켰습니다. 현재 핀란드에서 교직은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라고 합니다. 직업 관련한 여론조사를 하면 교직이 의사,건축가, 변호사를 누르고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그만큼 핀란드에서 교사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핀란드에서 초등학교 교사직은 갈수록 인가가 올라서 사범대학 입학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핀란드는 매년 고등학교 졸업생 중 상위 20퍼센트의 학생 가운데서 초등학교 교사를 선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일 겁니다. 그만큼 가장 유능한 교육자가 핀란드 아이들의 처음 6년을 맡아서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교사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건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의 교육과 비교하게 됐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너무나 쉽게 바뀌는 교육정책. 점점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최고의 교육을 전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핀란드 -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하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통해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교육제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행복하고 공평한 사회일수록 성취도가 높습니다. 핀란드 교육개혁은 주기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교육개혁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모두가 성공하고 아무도 실패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는 것을 핀란드를 통해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