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 한 번쯤 말했을 것 같은 위로의 말.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그런데 어쩌면 이 말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자기자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소설입니다. 제목만 보면 왠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일 것 같은데 소설입니다.

그리고 책 자체가 작고 예쁩니다. 책표지에 아담한 1층 집이 보입니다. 대문은 없고 넓은 마당 아래로 꽃밭이 보입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림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떠올릴 때 상상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은 누군가의 삶을 보여줍니다. 이래라저래라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떤 삶이 가장 멋진 삶이라고 단정짓지 않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주인공이 등장하면 감정이입이 되고, 전혀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면 신선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세 자매가 등장합니다. 가정주부인 첫째 아사코, 커리어우먼인 둘째 하루코, 막내 이쿠코.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각자 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세 자매에게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자매가 똘똘 뭉쳐서 서로를 아껴주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기 전까지 살던 2번가 집처럼.

지금은 모든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집에서 살고 있지만 가끔 엄마가 살고 계신 집에 모이는 순간이 2번가 집의 행복을 느끼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소설이니까 뭔가 더 특별한 사연이나 사건이 벌어질 줄 알았는데 그러한 반전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때문에 더 평범한 삶처럼 느껴집니다.

인생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건 순전히 바람일 뿐이고,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문제가 생겼을 때 꿋꿋하게 버티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첫째 아사코를 보면 왜 멀쩡하게 사랑받고 자란 여자가 남편의 폭력을 참으며 사는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자신처럼 맞는 여자를 발견하고 과감한 일탈을 감행했을 때는 뭔가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동생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다시 남편에게로 돌아갈 때는 너무 실망했습니다.

둘째 하루코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사랑하는 남자와 동거하면서 나름의 독립된 삶을 누립니다. 하지만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건 분명 하루코의 잘못입니다. 동거남 구마키에 대한 사랑도 이성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는 팻을 향한 애정처럼 느껴집니다. 함께 있을 때는 졸졸 따라다니면서 애정표현을 할 정도로 좋아하면서도 정작 결혼으로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는 건 지극히 이기적인 심리입니다.

막내 이쿠코는 너무 특이한 성격입니다. 그녀에게 남자는 육체적 관계를 갖는 대상일 뿐입니다. 한 번의 잠자리로 끝. 더이상 가까워지는 관계는 원치 않습니다. 가장 친한 동창의 애인, 물론 그 애인도 이쿠코와 동창이지만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한다는 건 이해불가입니다. 별다른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는 게 신기합니다. 그러다가 옆집 아줌마가 자기 아들을 소개시켜주면서 전혀 다른 사랑을 알아가게 됩니다.

세 자매의 삶 중에서 그 어떤 삶도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기억할 것은 하나 있습니다.

바로 2번가 집 현관에 걸려있는 아빠가 손수 쓴 가훈 액자,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입니다. 당신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든지 이것만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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