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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견문록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6년 4월
평점 :
이름만 들어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습니다.
김홍신 작가님의 신작 에세이 <인생 견문록>.
역시나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인생 조언을 해주십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첫부분, 작가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함께 흔들렸으면 좋겠습니다."
흔들어줘야 가는 구형 손목시계를 선물 받고 조금 불편했지만 옛 추억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고 합니다. 흔들어주지 않으면 멈추는 시계를 보면서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래서 나를 흔들어주고 남도 흔들어주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는 말, 함께 흔들리며 인생길을 신나게 걸어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닿았습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수시로 흔들어줘야 하는 구형 손목시계처럼 행복은 아날로그로 찾아온다는 작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떡여졌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디지털 시대가 가져다 준 신속함, 빠름, 편리함에 길들여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조급하고 바쁜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지 모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목적지를 빨리 가기 위해서는 KTX를 타야겠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이때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건 어느 쪽일까요?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서 행복은 아날로그로 찾아올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등산할 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힘이 듭니다. 괜히 산을 올랐나하는 후회가 살짝 들지만 끝까지 참고 오르다보면 정상에서 느끼는 상쾌함이 모든 수고로움을 잊게 해줍니다. 내 몸이 고단해도 오히려 그 고단함 덕분에 뿌듯함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만약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정상에 올랐다면 멋진 풍경도 구경하고 즐거웠겠지만 등산했을 때의 그 뿌듯함을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살다보니 깨닫게 되는 인생의 지혜들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공감했던 부분이 바로 '인생의 모래알'입니다.
<< 한반도의 여덟 배나 된다는 사하라 사막을 최초로 횡단한 탐험가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며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신발 속의 모래 한 알이었다."
......모래 한 알이 발바닥을 찌르는 상황이라면, 그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걸음이 빨라집니다. 배고픔과 목마름을 잊게 하는 것도 그 통증입니다. 신발을 벗어 모래 한 알을 찾아내더라도 더 많은 모래가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탐험가는 모래 한 알의 통증을 참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고통 한 개쯤은 데리고 삽니다. 그 고통을 애써 꺼내려 하면 다른 고통들이 달려들기 마련이지요. 지금 내게 주어진 고통, 지금 나를 따라다니는 고통을 통해 다른 고통을 잊고 나를 다스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혜로운 삶일 것입니다. >> (53P)
그런 면에서 여전히 지금도 만년필로 원고를 쓰고 있는 작가님이 존경스럽습니다. 글 쓰는 속도로만 따지자면 손글씨는 절대로 컴퓨터 자판을 따라올 수 없겠지만 한 글자라도 허투루 쓰지 않는 정성, 그 진정성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인터넷 세상에서 무의미하게 남발되는 단어들이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이 책도 만년필로 손가락과 손목에 힘을 주어 꼭꼭 눌러 쓴 원고라고 생각하니 더욱 감동입니다. 손글씨처럼 매일 매순간 정성을 다할 수 있다면 참으로 인생이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