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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크렌쇼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42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6년 4월
평점 :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소년 잭슨.
잭슨은 과학자를 꿈꿀 정도로 논리적인 설명이나 사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런 잭슨에게 갑자기 상상 친구가 눈 앞에 나타납니다. 엄청나게 덩치가 큰 고양이, 그 고양이를 보자마자 '크렌쇼'라는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잭슨은 크렌쇼의 등장을 거부하려고 하지만 당최 눈 앞에서 사라지질 않습니다. "도대체 왜 4학년 남자애에게 상상 친구가 나타나는 거냐고?"
처음 크렌쇼를 만난 건 1학년 때의 일입니다. 온가족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 중일 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주차장을 누비는 커다란 새끼 고양이를 보게 됩니다. 바로 크렌쇼였지요. "야옹" 그리고 크렌쇼가 처음 한 말은 "혹시 자주색 젤리빈 있어?" 였습니다.
<안녕 크렌쇼>를 읽다보면 잭슨네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잭슨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합니다. 음악을 하던 엄마와 아빠가 잭슨과 로빈을 낳은 후에 생계를 위해서 음악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파트타임 일들을 여러개 하면서 살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열심히 일하는데도 집에는 먹을 음식이 부족한 것인지, 납부하지 못한 청구서들이 쌓이는 것인지, 잭슨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절대로 따져 묻지 않습니다. 밤마다 들리는 엄마와 아빠의 말다툼 소리도 못 들은 척 합니다. 분명 엄마와 아빠가 더 속상해하실테니까.
거기다가 아빠는 '다발경화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보통 땐 괜찮지만 가끔 증세가 심한 날에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서 지팡이를 써야만 합니다.
잭슨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투정이나 어리광 없이 아프고 힘든 걸 묵묵히 참아내는 아이입니다. 어떤 아이에게 상상 친구는 놀이하는 과정에서 더 재미있고 즐겁기 위한 놀이의 연장선이라면, 잭슨에게 상상 친구 크렌쇼는 마음 속 아픔들이 쌓이고 쌓여서 급기야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표출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으면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상 친구를 만들어냈을까요?
물론 이 책을 보면서 잭슨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진짜 가슴이 아팠던 건 아빠의 눈물이었습니다.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길거리에 팻말을 세우고 버스킹을 합니다. 구깃구깃한 지폐 7달러와 잔돈...아빠가 번 돈. 잭슨은 아빠를 위해 새 팻말을 만들어 줍니다. 그걸 받아든 아빠는 한참이나 말이 없습니다. 그러더니 차 밖으로 나갑니다. 축축히 젖은 아빠의 얼굴, 잭슨은 그건 아마 비 때문일 거라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당장 먹을 것을 살 돈이 없어서 살림살이들을 내다팔고 급기야 아빠의 기타까지 내놓지만 로빈과 잭슨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팔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기타는 아빠가 엄청 좋아하는 '잭슨'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잭슨이 태어났을 때 기타 이름 '잭슨'에서 이름을 따올 정도로 아빠에게는 소중한 기타입니다.
경제적인 빈곤, 가난이 주는 고통은 한 가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잭슨 부모님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보입니다. 잭슨이 보기엔 철없는 엄마, 아빠처럼 보이지만 확실한 건 서로 무진장 사랑한다는 사실입니다. 크렌쇼가 상상이건 현실이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 가정을 지킬 수 있는 마법이라면 말입니다. 안녕~ 크렌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