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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시대 - 세상이 수상해지면 출몰하는 오래된 미디어
마츠다 미사 지음, 이수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소문의 시대>는 사회학자가 바라보는 '소문의 정체', 즉 '소문과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소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뭔가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들을 상상하지 않을까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려면 그만큼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만한 혹은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뿐...구체적인 근거가 없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말 그럴싸한 소문일지라도 나중에 책임 여부를 따지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가장 오래된 미디어'로서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을 일차적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역사 속 다양한 소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수상해지면 출몰하는 수상한 이야기부터 정말 그럴듯한 이야기로 변신한 소문, 대중문화의 한 영역이 된 소문,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소문, 그리고 최근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진화하는 소문까지 차례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로 일본에서 널리 퍼졌던 소문들이 사례로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유사한 것들이 있습니다. 특히 기괴한 도시전설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퍼진 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소문조차도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를 맞이 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소문이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와 스마트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너무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SNS 도입 초창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을 함부로 올렸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지웠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가 쉽게 퍼갈 수 있기 때문에 그 흔적들은 어딘가에 남을 수 있습니다. 어떤 연예인은 연습생 시절에 무심코 남긴 글이 나중에 스타가 된 후에 문제가 되어 활동을 그만두기도 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올렸다가 대중의 공분을 사서 공개사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이전 시대였다면 이미 지나간 일로 묻혔을 일들이 인터넷 세상에서는 모두 증거로 남게 된 겁니다. 그래서 '잊혀질 권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혼란기를 겪고난 뒤로는 SNS가 사적 공간이 아닌 공적 공간임을 인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아직까지도 가장 강력한 소문의 진상지는 대중 미디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 등에 나온 뉴스는 인터넷보다는 더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일개 소문이 확실한 정보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불확실하고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여 사람들의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풍평피해'라고 합니다. 어떤 내용이 대중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후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한 결과 경제적 피해가 생겼다면 그 원인은 보도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디어를 단순히 편리한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디어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의식하며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소문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을 '애매함에 대한 내성'이라고 말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최종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매함에 대한 내성을 갖는다는 건 애매함을 피하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보를 통해서 애매함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추측이나 섣부른 판단과 같은 애매함을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이지 말자는 뜻입니다. 자기자신이 풍평피해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경각심이 풍평피해를 예방하는 길입니다.